머릿속은 수천 갈래 길로 갈라지고 있었다.
그 길들은 나를 데려가는 대신 서로를 향해 부딪히며 소음을 만들었다.
나는 그 소음의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생각은 움직이지만 발걸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발바닥이 바닥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나는 왜 이렇게 멈춰버렸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나 질문은 대답을 품지 않은 채 사라졌다.
대신 불안의 그림자가 발등을 타고 올라왔다.
그림자는 나보다 먼저 미래를 본 것처럼 선명했다.
나는 그 그림자를 밟지도, 피하지도 못한 채 바라보기만 했다.
세상은 계속 앞으로 흐르고 있었다.
계절은 아무렇지 않게 바뀌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들 속에서 멈춰 있는 나만 시간이 멎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멈춰버린 사고(思考) 속에서 다시 생각이 일어났다.
멈추는 것도 하나의 움직임일지 모른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과정일지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 한쪽의 조급함이 아주 조금 가라앉았다.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숨을 들이마셨다.
폐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처음보다 부드러웠다.
숨이 천천히 길어졌다.
숨과 함께 불안도 길게 풀려나갔다.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마음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미세한 움직임이 파문처럼 번졌다.
파문은 머릿속에서 시작되어 가슴으로 내려왔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안조차도 나의 일부라면, 그건 미워할 것이 아니라고.
두려움은 나를 지키려는 또 다른 감각일 뿐이라고.
수천 갈래로 나뉜 길은 사실 나를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그 가능성이 두려웠을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그제서야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괜찮아, 지금 이 자리도 너의 길이야.”
그 말은 아주 작았지만 분명한 울림이 있었다.
그 울림이 멈춰 있던 발끝을 건드렸다.
하지만 나는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다시 한 번 숨을 고르기로 했다.
숨을 고른다는 것은 자신을 믿는 일이라는 걸, 그 순간 처음 알았다.
스스로를 재촉하지 않는 선택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용기라는 것도.
그래서 나는 잠시 더 그 자리에 있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한 번 숨을 들이마셨다.
이번에는 조금 더 깊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마치 나를 안아주는 것처럼.
그 안에서 나는 더 이상 길을 세지 않았다.
길의 개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중요한 건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나를 대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나에게 물었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은 무엇인가.
그 질문은 이번엔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답은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들려왔다.
“한 발이면 돼.”
그 한 발이 수천 갈래 길을 모두 지나가는 길이라고.
그 한 발이 오늘의 나에게는 충분하다고.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천천히,
고르고 또 고른 숨과 함께
마침내 발을 들어 올렸다.
세상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
나는 드디어
나의 방향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