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틈 사이로 빛나는 너에게: 스스로를 지켜낸 기록

by 동이

고요한 밤, 문득 거울 앞에 서 봅니다. 그 속에는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눈동자를 들여다봅니다. 깊고 고요한 눈, 하지만 그 안에는 지나온 폭풍우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보입니다. 수없이 깨지고 금이 갔던 마음의 자국들이. 그리고 그 틈을 비집고 다시 단단하게 굳어진 영혼의 결들이 말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천 번 흔들립니다. 세상의 모진 바람은 예고도 없이 불어닥쳐, 공들여 쌓아 올린 마음의 탑을 무너뜨리곤 합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밤이 있었을 겁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아 주저앉아 울던 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차라리 영원히 잠들고 싶었던 시간들. 남들은 모르는, 오직 당신만이 아는 그 치열했던 전투의 시간 말입니다.

그때 당신은 혼자였습니다. 누구도 대신 아파해줄 수 없었고, 누구도 당신의 짐을 온전히 나눠 질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당신의 두 발로 버티고 서서 그 거친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습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또 얼마나 도망치고 싶었을까요.

하지만 보세요. 지금 거울 속에 서 있는 당신을. 당신은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부서질 듯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끝내 뿌리 뽑히지 않고 제자리를 지켰습니다. 그 모진 시간을 관통하여 기어이 오늘이라는 해안가에 도착했습니다.

나는 거울 속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 상처들은 부끄러운 얼룩이 아니라고. 그것은 당신이 그만큼 치열하게 삶과 맞서 싸웠다는 증거이자, 끝내 살아남았다는 승리의 기록입니다. 깨지고 다시 붙은 자리는 전보다 더 단단해집니다. 당신의 마음에 새겨진 흉터들은 이제 당신을 빛나게 할 훈장이 되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평범한 하루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은 압니다. 그 하루를 지켜내기 위해 당신이 안으로 삼켜야 했던 수만 가지의 감정들을. 무너지려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입술을 깨물며 버텼던 그 인내의 순간들을요. 그 모든 시간들이 층층이 쌓여 지금의 '너'라는 단단한 지층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스스로를 의심하지 마세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증명해 보였습니다. 가장 약해 보였던 순간에도 당신은 당신을 놓지 않았으니까요. 세상이 당신을 흔들 때마다, 당신은 더 깊은 뿌리를 내리며 스스로를 지탱해 왔습니다. 그 힘은 어디서 빌려온 것이 아닙니다. 오직 당신의 안에서 솟아난, 당신 고유의 힘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어깨를 펴도 좋습니다. 거울 속의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어주어도 좋습니다. 당신은 그럴 자격이 충분합니다. 아니, 넘칩니다.

남들의 인정이나 칭찬은 잠시 미뤄두세요.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당신이 당신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찬사입니다. 그 어떤 타인의 말보다 강력한 것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확신이니까요.

거울을 향해 손을 뻗어봅니다. 차가운 유리 표면 너머로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는 듯합니다. 나를 마주 봅니다. 그리고 천천히, 또렷하게 말해줍니다.

"정말 고생했어."

이 짧은 한 마디에 지난 시간의 모든 노고가 녹아내립니다. 눈물이 핑 돌아도 괜찮습니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대견함의 눈물이니까요.

"너는 나의 자랑이야."

그렇습니다. 당신은 나의, 그리고 스스로의 가장 큰 긍지입니다. 어떤 시련이 와도 기어이 나를 지켜낸 당신. 상처투성이의 맨발로도 끝까지 걸어와 준 당신. 그런 당신이 나는 사무치게 고맙고, 또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바람이 불어올지 우리는 모릅니다. 어쩌면 또다시 흔들리고 넘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습니다. 당신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를. 그리고 결국에는 다시 일어설 것임을.

깨진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옵니다. 그 빛을 받아 당신은 더욱 찬란하게 반짝입니다. 어려움을 이겨낸 당신의 눈빛은 그 어떤 보석보다 아름답습니다. 오늘, 거울 속의 당신을 꼭 안아주세요. 그리고 사랑해 주세요. 끝내 나를 지켜낸, 세상에서 가장 귀한 당신을.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갈라진 길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