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울수록 상처가 더 깊어지는 이유를 나는 한참 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마치 가까이에서 본 별빛이 오히려 눈을 시리게 하는 것처럼, 다가갈수록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 불편함은 종종 말끝을 가늘게 만들었고, 침묵은 길게 늘어졌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말에 더 가까웠다.
어느 순간부터 대화는 칼날처럼 날이 섰다.
날이 선 말은 마음을 긁었고, 긁힌 마음은 다시 말이 되어 돌아왔다.
그렇게 말과 마음은 서로를 다치게 하며 원을 그렸다.
그 안에서 나는 이유 없는 자책과 끝없는 반문을 반복했다.
왜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걸까.
언제부터 우리는 부딪히는 법부터 먼저 배우게 된 걸까.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러면서도 답을 듣는 것이 두려워 고개를 숙였다.
“너는 항상 나를 오해해.”
그 말은 칼처럼 날아와 가슴에 박혔다.
“그게 아니라, 난 그냥 지친 거야.”
숨이 섞여나온 대답은 벽에 부딪혀 흩어졌다.
대화는 멈췄지만, 마음은 멈추지 않았다.
말 대신 지난 장면들이 떠올랐다.
웃으며 나누었던 시간, 손을 잡고 지나던 골목, 사소한 농담들.
그 모든 장면이 지금은 먼 계절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상처는 멀리 있는 사람에게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상처는 늘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손끝에서 가장 깊게 남는다는 걸.
그 사실이 나를 더 슬프게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것은 위로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아픔의 크기만큼 마음의 거리도 가깝다는 증거 같아서.
조금 떨어져 보기로 했다.
도망치듯이, 그러나 조심스럽게.
숨이 닿지 않는 거리를 찾아 천천히 물러났다.
그제야 내 숨소리가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무너져 있던 것들이 보였다.
참느라 지친 표정과 말하지 못한 감정들.
외면해왔던 솔직한 마음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넌 정말 잘하고 있어.”
누군가의 목소리 대신, 나 스스로에게 말을 건넸다.
그 말은 낯설었지만 따뜻했다.
처음으로 나를 감싸는 말이었다.
비난 대신 이해가, 후회 대신 허락이 스며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마음에 여유가 조금씩 생겼다.
여유는 다른 시선을 불러왔다.
상대의 말도, 그 날의 표정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처받았을 뿐이었다.
서로 다른 언어로 외로움을 말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분노는 서서히 풀어졌다.
나는 다시 한 발을 내디뎠다.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예전처럼 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미안했어.”
짧지만 무거운 말이 바람을 타고 흘렀다.
“나도 그래.”
그 대답은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완벽한 화해는 아니었다.
모든 것이 해결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분명한 틈이 생겼다.
숨 쉴 수 있는 틈, 다시 이해할 수 있는 공간.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조금 떨어져 숨을 고르는 일이, 멀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오히려 더 깊어지기 위한 준비라는 걸.
가까움은 거리를 통해 완성된다는 것도, 그때 처음 배웠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그 거리를 배우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