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지 못할 때

by 동이

소중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지 못할 때의 침묵에 관하여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하루를 짐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종종 가장 인색한 언어를 사용합니다. 마음속에서는 거대한 사랑과 존경이 파도치고 있지만, 입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그 단어들은 왜 그토록 작고 보잘것없는 형태로 변질되는 것일까요. 소중한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왜 이토록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고민은, 우리 모두의 깊은 내면에 자리한 오래된 질문일 것입니다. 그 어색함은 낯선 사람에게는 쉽게 건넬 수 있는 진심의 표현을, 가장 가까운 이에게는 끝내 전하지 못하게 하는 미묘한 장벽이 됩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은 손쉽게 던지면서도, 진정으로 힘이 될 위로와 사랑의 말 앞에서는 입을 닫아버리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마치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혹은 이미 모두 알고 있으리라는 헛된 믿음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릅니다.

침묵은 때로 금보다 귀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침묵은 가끔 서늘한 오해의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우리는 그 침묵 속에서 우리의 진심이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말로 명확히 드러내지 않은 감정은 공허한 울림으로만 남을 뿐입니다. 그들의 작은 성취를 보고 '대단하다'고 말해 주고 싶다가도, 그들의 지친 어깨를 보듬으며 '고생했어'라고 속삭이고 싶다가도, 결국 목구멍 앞에서 그 말들을 꿀꺽 삼켜버리고 맙니다. 왜냐하면 그 말이 너무 진실해서, 너무 깊은 감정의 근원을 건드려서, 오히려 가벼워 보이거나 어색해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어가 가진 본질적인 한계를 핑계 삼아 가장 중요한 순간에 도피하고, 그저 표정이나 눈빛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려 애씁니다. 그러나 우리의 눈빛은 항상 미묘하게 흔들리고, 우리의 표정은 자주 오독되기 쉬운 불완전한 전달 매체일 뿐입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이 왜 힘든지 되돌아보면, 거기에는 어쩌면 익숙함이 가져다준 일종의 '나태'가 숨어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예상, 나의 부족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말입니다. 우리는 길을 걷다 만난 낯선 아이에게는 스스럼없이 칭찬을 건네고, 잠시 스쳐 지나가는 동료에게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정작 나의 삶의 중심을 이루는 이들에게는 가장 건조하고 무심한 단어들만을 내뱉습니다. 그 무심함 뒤에는 나의 마음을 모두 보여주었을 때 혹시라도 받게 될 상처에 대한 소심한 방어 기제가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진실된 따뜻함은 곧 완전한 노출을 의미하며, 그 노출은 우리를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건네지 못한 따뜻한 말들은 마음의 창고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낡아갑니다. 그 말들은 언젠가 그 사람이 더 이상 나의 곁에 없을 때, 후회라는 이름의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그때 왜 한마디라도 해 주지 못했을까'라는 늦은 탄식은, 살아 있는 동안의 어떤 침묵보다도 고통스러운 무게로 우리를 짓누를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우리는 그 어색함을 용기 내어 깨뜨려야 합니다. 거창하거나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어쩌면 가장 따뜻한 말은 '사랑해'나 '고마워'처럼,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고 흔한 단어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지금 당장, 그 소중한 사람을 바라보며 당신의 입술이 허락하는 가장 부드러운 언어를 꺼내 봅시다.

어색함은 순간의 감정이지만, 따뜻한 말의 여운은 시간을 넘어 오래도록 그들의 마음을 감쌀 것입니다. 우리의 진심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가까운 이에게 전달될수록 더욱 견고한 사랑의 방패가 되어 줄 것입니다. 부디 주저하는 당신의 혀끝을 용기로 밀어내어, 그동안 마음속에만 가두어 두었던 따뜻한 빛을 그들에게 건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온 그 작은 단어들이, 그들의 삶을 비추는 가장 찬란한 등대가 될 테니 말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은,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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