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을 때

by 동이

가끔은 숨이 턱 막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일상의 무게가 너무나 버거워서, 어깨에 올려진 모든 짐을 당장에라도 털어내고 싶은 간절한 충동이 온몸을 휘감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말없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낯선 어딘가로 훌쩍 사라지고 싶다는 아주 원초적인 욕망과 마주하게 됩니다.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채, 완벽하게 홀로 존재하는 자유를 갈망하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은 결코 나약함의 증거가 아닙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영혼이 보내는 가장 솔직하고 절박한 구조 신호와 같습니다.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에, 모든 감각이 지쳐 쉴 곳을 찾아 헤매는 자연스러운 반응인 것입니다. 마치 수많은 파도를 견뎌낸 배가 잠시 항구에 정박하듯, 우리 역시 스스로에게 잠시의 부재를 허락해야 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버텨야 한다'는 명제에 스스로를 가두어 왔습니다.

괜찮습니다. 당신이 느끼는 그 무거운 감정, 그리고 멀리 달아나고 싶은 그 간절한 마음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당신의 힘듦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고스란히 이해해 주는 커다란 품이 있습니다. 바로 말없이 우리를 감싸 안아주는 밤하늘 아래의 고요함입니다. 낮의 소음과 복잡함이 사라진 밤하늘 아래에서는, 당신의 모든 감정이 허락되고 용인됩니다.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은 당신의 불안과 고통을 심판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당신의 모든 순간을 그 깊고 넓은 어둠 속에 받아들입니다. 잠시 그 마음 알아주는 밤하늘 아래에 서서, 무거웠던 삶의 짐을 잠시 내려놓아도 됩니다. 억지로 다시 메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 짐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당신이 얼마나 잘 버텨왔는지, 밤은 이미 모두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도 괜찮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떠나온 여행처럼, 그저 잠시 쉬어가세요. 멀리 떠나는 것이 실제로 짐을 싸는 물리적인 여정일 수도 있고, 혹은 그저 마음속 깊은 곳으로 침잠하는 고요한 명상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지금, 스스로에게 멈춤의 권한을 부여했다는 사실입니다. 잠시 모든 역할과 의무에서 벗어나, 오직 '나'라는 존재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 고독하고 고요한 순간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회복의 시간입니다. 모든 소리가 잦아든 밤의 침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외부의 소리가 아닌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혼자 고요하게 머무는 이 시간이, 낭비되는 시간이 아니라 에너지를 채우는 가장 강력한 행위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깊은 밤의 휴식처럼, 충분히 고독하고 충분히 쉬어가세요.

이 고요한 순간이, 머지않아 다시 돌아올 빛이 될 것입니다. 당신이 짊어졌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얻은 평온함은,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용기와 힘으로 변환될 것입니다. 밤의 어둠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떠오르는 태양처럼 당신의 내면에 새로운 의지와 희망이 차오를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밤, 당신의 부재를 허락하고, 온전히 쉬어가는 시간을 통해 다시 빛으로 나아갈 이유를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고요한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회복의 시작이 될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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