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불안할 때

by 동이

어떤 날은 이유도 모르게 마음이 시립니다. 분명 창밖은 화창하고, 책상 위에는 특별히 급한 일도 없는데,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가운 물결이 스멀스멀 밀려 올라옵니다. 우리는 이 불안이라는 이름 없는 손님이 언제, 왜 찾아왔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온몸으로 오한을 느낍니다. 그것은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영역이라, 스스로에게 '괜찮다, 아무 일 없다'고 수백 번 되뇌어 보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의 의지는 단단한 벽이 되기를 원하지만, 불안은 그 벽을 투과해 들어오는 차가운 안개와 같습니다. 그 안개 속에서는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희미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집니다. 우리는 갑작스럽게 세상과 나 사이에 투명하지만 깨지지 않는 유리막이 생긴 듯한 소외감을 느낍니다. 이 보이지 않는 벽 뒤에서 홀로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우리는 가장 깊은 외로움을 경험합니다. 우리가 겪는 이 감정의 근원을 찾아 헤매는 일은, 지도 없는 미로를 걷는 것만큼이나 고독하고 지난합니다.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에 홀로 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우리의 삶은 늘 크고 작은 목표들로 채워져 있고,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를 향해 애써 나아가야 한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이유 없는 불안은 그 모든 전진을 멈추게 만드는 불가해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손발을 모두 묶어버린 듯한 무기력함 속에서 우리는 죄책감이라는 또 다른 짐을 지게 됩니다. '나는 왜 남들처럼 당연한 하루를 살아내지 못하는가'라는 자책은 불안보다 더 아픈 채찍이 됩니다. 우리는 우리 안의 그림자가 세상의 빛을 가로막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 불안은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공포라기보다는, 그저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막연한 예감에 가깝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실패와 불확실성을 오늘 당장 감당하려 합니다. 우리의 영혼은 잠시 숨을 고를 권리조차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불안을 외면하고, 억지로 괜찮은 척 웃으려 할 때 오히려 더 깊은 수렁에 빠집니다. 그럴수록 내면의 그림자는 더 커져 우리를 삼키려 합니다. 우리는 이 감정의 파도를 헤쳐 나갈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절망을 조용히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이 멈춤의 순간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가장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불안은 우리에게 '잠시 멈춰라, 너의 영혼이 지쳐있다'고 속삭이는 내면의 가장 진실한 목소리입니다. 모든 외적인 압박과 기대가 사라진 그 자리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존재의 가장 순수한 본질과 만납니다. 우리는 이 불안을 마치 손님처럼, 아무런 판단 없이 그저 바라봐 주는 연습을 시작해야 합니다. '아, 지금 불안이 내 안에 있구나'라고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은 지배력을 상당 부분 잃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억지로 싸우지 않고도 그 안개 속에서 잠시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발견합니다. 이 휴식은 수동적인 포기가 아니라, 자신을 향한 가장 적극적이고 자비로운 행동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그저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조용하지만 단호한 허락입니다.

이 불가해한 감정 속에서도, 우리의 심장은 변함없이 뛰고 우리의 폐는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삶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들은 우리가 불안에 휩싸여 있을 때조차 우리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작은 기적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되찾아야 합니다. 불안을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면, 우리는 그 감정과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우리는 그 감정을 껴안고 함께 걸어갈 힘을 얻습니다. 마치 짐을 나누어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가장 취약한 순간에 비로소 가장 강한 내면의 평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 평화는 외부의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우리 영혼 깊은 곳에 뿌리내린 고요함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불안을 이해하고 포옹할 때, 우리는 세상의 모든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모든 싸움을 멈추고, 그저 자기 자신이라는 섬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 그것이 이유 없는 불안에 맞서는 가장 깊은 위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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