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운동을 하란건가?
작년 하반기부터 주변의 환경이나,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작년과 올해로 넘어가면서 설명하기 복잡한, 여러 경험을 했고 타인이 보기에도 스스로 느끼기에도 많이 방황했던거 같다.
그 때 가장 자주했던 생각이, 세상 내 마음대로 되는거 하나도 없고 내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도 하나도 없다. 이렇게 내 의지가 하나도 없이 살아야하는가? 였다.
하루아침에 있던게 없어지질 않나, 절대 그런 일없을걸? 했던 일은 실제로 일어나더라. 다 내 예상밖이었다. 이 상황을 바꿔보고자, 내 의지로 무언가하려고 하면 매번 실패했다. 유화책도 쓰고 강경책도 써보고 뭐라도 해보려고 아둥바둥하는데 내 현실이 바뀐게 없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모두.
얼마되지않았는데, 그 때의 사진을 보면 헬쓱해진 안색이.. 조금 웃기지만 내 당황스러움을 그대로 투영하고있다. 원래 세상 일이 내 뜻대로 안되는건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안된다고? 이런 생각이 묻어있는 얼굴.
머리로는 자포자기가 마음이 편하단걸 알았는데, 포기도 쉽지 않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마음에, 분노조절을 못하고 항상 화가 나있었고 날이 서있었다. 불과 얼마전까지, 아니 사실 지금도.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일이 내 예상, 상식 선 안에서 움직이고 내 일임에도 내 의지대로 되지않는다는건... 어쩌면 세상의 이치인데... 내 의지만 고집한건... 오만하고 거만한 생각임은 분명하다. 아직도 그 오만함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지만...
그래서였나? 체념과 분노, 잠깐의 평화.. 하루에도 150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며 괜찮아졌다가.. 누구한테라도 털어놓고싶었다가..털어놓으면 후회하고.. 혼자 삭히기도했다가.. 열받아서 질질울며 일기를 쓰고.. 그렇게 하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려 자기와의 사투를 벌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5월에 러닝을 시작했다.
그냥 답답했고 모든걸 잊어버리고 몰입할 수 있는게 필요했다. 그 때쯤 뭔가 이도저도 아니게 지쳐가고 있었던거 같다. 놀면 잠깐은 즐거운데, 혼자있으면 아무 생각도 하기싫었다. 집에가면 내 심리상태마냥 모든게 어수선한데 쓰러지듯이 누워있었다. 해야할 것들을 계속 미뤘다. 즐겁게 밖을 쏘다니고 집에와서 쓰러지듯이 누워있으면 이상한 기분이 드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었다... 옛날엔 수영을 하면 괜찮아졌는데, 이젠 익숙해졌는조 수영을 해도 해소가 안됐다. 기타도 배운다고 충동구매했는데 한 주 한번으로는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뭐라도 잊고싶고 명상이라도 하고싶어서 충동적으로 러닝을 시작했다. 일단 준비물도 없고 수영장과 달리 장소구애도 안받고..지금 당장 할 수 있는거고 만만해보여서(?) 시작하긴 했다.
처음엔 크게 내색 못했지만... 막상 해보니, 숨차고 이거 왜하지? 집에 갈래 이 생각만 해서... 두번 다신 안뛸거 같았다. 진짜 힘들어 미쳐버릴거 같은데 주위구경이라도 하고 자기암시걸고 참으면서 뛰었다. 나는 이 풍경을 즐긴다, 난 멋진 사람이다. 갓생사는 중이다. 난 움직이는 명상 중이다. 러닝하는 나 제법 멋있을지도 모른다. 되뇌이면서 참았다. 아마 2번 시도하고 안나올거같단 생각하면서.
얼굴 시뻘개져서 땀 뚝뚝흘리면서 돌고 나니까.. 처음에 감상은, 되긴 되네..정도였다. 그리고 한번만 하고 안하기는 민망하니까 한번 더 나갔다.
근데 한번 돌았다고 훨씬 능숙하게 달려진다. (진짜상대적으로, 절대적으로 덜 힘들진 않고, 처음보다는....!!!) 덜 힘들다.
이상했다. 이 세상에 진짜 내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는데, 내 의지대로 되는게 없고, 내 생각대로 되지도 않고, 내가 맞아도 맞는게 아닌데..
그나마 내 의지대로 되는게 힘들어서 토할거같은 달리기다.
노력하면 그대로는 아니어도, 노력 0.000001%라도 보여준다. 안하면 안하는대로 바로 티가 난다.
내 의지와 마음만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한계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간에 갈 수 있다.
그게 참 이상했다. 내 마음대로 되는게, 남을 설득하는 것도, 내 환경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를 달래가면서 참고 몸을 움직이는거 뿐이라는게.
진짜 별거 없는데 그게 묘하게 위로가 된다. 뛰고나면 참 그렇다. 그 날의 달리기가 그 달리기 직전의 내 삶의 흔적이고 나이테여서 그렇다.
잘 달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내 몸도 잘 보살피고, 내 정신도 달래보고 이래저래 바쁘다.
유일하게 내 맘대로 할 수 있는데 내 몸을 움직이는건데(그게 달리기든, 수영이든간에)...
내 환경이 바꿀 수 없고 남의 마음을 바꿀 수도 없지만 내가 바꿀 수 있고 할 수 있는건 나를 위한거 밖에 없다니...
그냥 갑자기 다 괜찮아졌다. 세상은 계속 내 맘대로 안될거고, 누군가는 나를 미워할 수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세상 속에서 내 주변의 환경과, 주변인의 마음을 쉬이 바꿀 수도 없어도... 내가 할 수 있는건 나를 위한 일 밖에 없다는게.
그냥 그 자체로 위로가 되지않나? 나를 위하면서 살다보면,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다보면 그냥 괜찮아질거 같단 생각이 든다니.
내 맘대로 되지않는 것들 속에서도,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지, 나를 달래고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을 향해 몸을 움직이고 나를 보살피는 연습을 계속 해나가야지! 이래서 운동을 하라고 하는건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