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다는 것
항상 그 자리에 남아있는 삶은 뭘까
좋아하다가 잘 안된 사람을...한참 좋아할 때
그 사람을 기다리던 시간을 달래기 위해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다시 찾아왔다가 다시 떠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기타를 친다.
관계가 처음 종결났을 때, 후회와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고 시작한 달리기는 지금도 생각이 복잡할 때의 탈출구이다.
다시 만났을 때 그 사람과 보기 위해
몰래 예약했던 콘서트 티켓을 취소하려다
남아있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떠나기 보다 항상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삶에 대해.
철새 도래지와 같이 잠깐 한계절처럼 스치우거나
흔적을 남기고 다시 돌아왔다가 떠나는 사람들을
보내는 삶은 어떤가.
쓰린 속을 달래기위해 배웠던 기타는 내 손에는 굳은 살로 남아있고
후회를 잊기 위해 달렸던 달리기는 흙이 잔뜩 묻은 신발로 남아 굴러다닌다.
상대방의 반응을 생각하며 예약했던 콘서트 티켓은
기약없는 약속이 되어있다.
남아있는 삶이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삶은 허망하고
괴롭고 끔직하고 희망이 없다고 느껴지지만...
그래도 나는 공허할 땐 기타를 치고 생각이 많을 땐 달리고 기약없는 콘서트에 혼자 설레여하며 살길.
그게 남아있는 잉여의 삶이리라.
떠나가기만 하는 삶을 살고만 싶지만
떠나보내는 삶의 흔적을 둘러본다
숨막히게 괴로워도 나이테이며 성장이길
작은 요새로 단단해지길. 부디 그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