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부 미식문화 1편
난 주로 미식 문화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가족의 대화의 쟁점은 항상 무엇을 먹을지였고, 엄마가 음식을 해 줄 때마다 우리는 무슨 음식평론가인 것처럼 음식의 맛, 식감 등에 대해 토론하면서 다음엔 어떻게 보완할지 이야기하곤 했다. 모든 가족이 이렇지 않다는 건 알지만, 한국은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음식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 와서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지 참 궁금했고,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의 먹는 문화에 많이 눈이 갔던 것 같다.
여기 미식문화에 대해 할 말이 정말 많은데, 오늘은 감자칩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나는 항상 서브웨이에 가면 감자칩과 쿠키를 파는 걸 보면서, 왜 감자칩이 여기서 나와? 생각했었다. 여기 와서 이 감자칩은 미국에서 정말 정말 완전 주식이라는 걸 깨달아버렸다. 지금 한국 독자들은 한국 편의점에서 파는 가로 세로 15센티 크기의 오리온칩 등을 생각하고 있을 거다. 차. 원. 이. 다르다.
일단 크기. 서브웨이나 지미존스(미국 중부의 샌드위치숍)에서 파는 미니사이즈를 제외하고는 여기서 파는 감자칩은 정말 대형크기이다. 정말 크다. 세로 30센티에 가로 20센티 정도 되는 것 같다. 가격은 3달러 정도 되는데, 양도 겁내 많아서 우리나라 질소충전 감자칩들은 명함도 못 내민다. 나는 어려서부터 감자칩을 많이 안 먹었어서 저절로 손이 가게 되지 않는데, 우리 남편님은 정말 감자칩에 두려워할 정도로 감자칩에 한번 손을 대면 멈출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큰 감자칩도 한 3일이면 없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장 볼 때면 칩들이 나열되어 있는 곳에 지나칠 때 남편의 시선을 다른 곳을 끌어야 한다. ㅋㅋ
여기는 감자칩 수요가 정말 큰 만큼, 감자칩 종류도 굉장히 많고, 무슨 우리나라 김치처럼 지역별로 유명한 감자칩이 따로 있다. 일단 전국구로 유명한 Lays, Tostitos, Doritos 등이 있고, 우리가 사는 오하이오는 conn's, 남편 가족 출신 지역인 펜실베이니아는 Middleswarth가 있다. 이 감자칩 회사들은 역사도 깊어서 지역 사람들은 자신들의 감자칩에 대해 되게 자랑스러워한다. 남편 친척집에 가면 Middleswarth만 산다고, Lays는 안 산다고 하기도 한다. 감자칩 맛도 진짜 다양하다. 사워크림 앤 어니언, 솔트앤비니거뿐만 아니라 피클 맛, 라임, 프렌치토스트 등등... 그런데 한국에 비해서 여기가 훨~~~~~씬 더 짜다. 정말 소금에 절인 맛이 난다. 그런데 소금이 무서운 이유는 냄새처럼 한번 익숙해지면 그렇게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맛있다. 엉엉..
자, 그러면 왜 이렇게 미국 사람들은 감자칩을 많이 먹을까. 5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대표적으로 두 가지 사회현상을 살펴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감자칩이 샌드위치와 많이 소비된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굉장히 많이 먹고, 감자칩을 사이드로 먹는다. 우리 시어머니가 점심 준비해 주실 때 큰 접시에 샌드위치 놓고 그 옆에 감자칩 부어주시곤 했다. 한국에서 5첩 가정식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시어머니가 찬밥 주는 거랑 똑같은가? 하면서 마상...했는데, 아니었다. 미국 중부 백인 집에 가면 정말 80퍼센트는 감자칩이 집에 항상 자리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반찬 같은 느낌). 왜 감자칩과 샌드위치를 같이 먹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것 같다. 두 번째로는 미국의 행사 문화다. 가족 행사든, 친구들끼리 모이는 하우스파티든, 항상 행사 장소의 중간 지점에 감자칩이 담긴 큰 그릇이 있다. 크고 깊은 그릇에 칩들을 넣고, 과카몰리(간 아보카도)나 피코데가요(토마토, 양파 등을 다져서 섞은 음식)를 찍어서 먹는다. 주변에 서서 감자칩을 먹거나 들고 있는 음료를 마시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다.
이런 문화 덕분에 미국에서의 감자칩 시장은 언제나 활기차다. 장 보러 가면 처음부터 아주 높은 감자칩 진열대가 우리를 반겨주고, 마트 안에 진짜 감자칩 진열대에는 한 100미터가 감자칩들로 꽉 들어차있다. 건강에 굉장히 나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한국도 건강에 좋은 것만 먹는 건 아니기 때문에 삿대질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미국처럼 다양한 맛과 이름의 감자칩들이 모여 있는 미국. 보면 볼수록 신기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