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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의 사소한 긁적임 Aug 23. 2021

2021 여름과 함께한 토플(웩)

영어선생님의 토플 후기(feat.Home Edition)

내년 미국 유학을 결심한 후, 내가 해야하는 가장 첫 번째는 영어점수 만들기였다. 


미국대학원 준비를 위해서 원래는 토플과 GRE를 준비해야하는데, 오하이오에 우리가 지원하려고 하는 대학은 GRE 점수를 보지 않아 토플만 준비하게 되었다. GRE는 요즘 들어 요구하지 않는 대학교가 꽤 많아진 듯 하다. 아무튼, 토플 공부를 시작하는데 문제는 언제나! 일도 해야한다는 것!!


선생님이란 직업의 특징 중 하나는, 학기 중에 (아주 운이 좋지 않고서야) 어마어마하게 정신없다는 거다. 이번 해에 담임을 피해서 좀 괜찮으려나 싶었지만, 이놈의 사주는 아주 일을 몰고 다니는지 이번 해에도 우리 교장 교감선생님한테서 일 받느라 아주 정신이 없다. 2월 말에 아이엘츠를 보고난 후, "후후, 토플은 학기 중에 해야겠어"라는 말도안되는 다짐을 하며 토플 시험을 5월 말에 예약했더란다. 하지만 정말 개학하고 눈을 깜박하고 떠보니 토플이 그  다음주였다. 영어선생님이니까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아주 잠시, 5년 전에 공부했던 토플책을 펴자마자 나 자신에게 혼꾸녕을 내며 시험 날짜를 미루게 되었다.


시험날짜를 8월로 


그렇다. 나는 이미 토플을 5년 전에 공부한 적이 있다. 그 때는 바야흐로 교사 경력 1년째 된 해, 임용도 붙었겠다, 무엇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포부는 크지만 지혜가 많이 부족했던 때였다. 담임, 수업, 평가 모든 게 다 서툴렀고, 동료 선생님들 눈치 보느라 너무 힘들었던 그런 때였다. 그때 인사실무편람을 뒤지다가 휴직 부분을 읽게 되었고, 그 때 눈에 띄는 것은 "유학휴직"이었다. 교사 전공과 관련있는 공부를 해외에서 한다면, 휴직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거다. 그 때부터 미국대학원 준비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첫 단계는 토플이었다. 예전에 관련 학원에서 토익 조교일을 했었기 때문에 지인을 통해 토플 책들을 받았다. 


하지만 책들을 받으면 뭐하나. 책들을 받고나서 펴기 까지 일주일? 한달? 은 걸렸을 것이다. 새로 시작한 직장에 치이면서 공부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었고, 게다가 취직한지 1년밖에 안된 첫 새내기 교사가 다른 시험으로 눈을 돌리기에는 돈 쓸 곳은 너무 많았고, 월급은 너무 달콤했다. 그러면서 한달, 한달 흘러갔고 토플이 그 다음주로 다가왔을 때, 나는 토플 스피킹, 라이팅 템플릿 몇개를 외워갔고 결과는 그저 그랬다. 나의 의지 부족으로 토플이 그렇게 흘러간 결과 나는 유학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고, 5년동안 인생을 살아갔다.


그런 한심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서인지, 이번 토플만큼은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토플을 여름방학 끝나기 직전인 8월 초로 예약했고, 여름방학이 시작하자마자 토플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최신 경향 책들도 사서 문제를 꾸준히 풀었고, 라이팅과 스피킹이 약점이었기에 관련 부분을 많이 연습했다. 라이팅은 문제 유형에 따라 어느정도 템플릿을 정해놓고 계속 쓰기연습을 하고, 독립형문제(나의 의견을 쓰는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 브레인스토밍 연습을 그렇게 했단다. 정말 라이팅 공부하면서 이렇게 세상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생각하는 연습을 그렇게 했다.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많아질 수록 글을 쓰기 쉽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깨달은 것 같다. 스피킹은 많이 연습은 했지만, 임용 면접도 말아먹었던 나로서는 긴장하면 바로바로 조리있게 말하는 능력이 좀 부족하고 그걸 또 영어로 하려니까 참 어려웠다. 여름동안 공부를 하며 토플은 정말 '토'나오는 시험이라서 토플이구나 생각했다.

토플 시험은 홈 에디션으로 봤는데, 꽤 괜찮았다. 시험 장소에 가지 않아도 되고, 스피킹할 때 남의 목소리 들으면서 하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proctor 선생님도 친절하게 잘 안내해주어서 불이익 없이 시험을 잘 진행할 수 있었다. 4시간동안 컴퓨터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봐서 눈은 좀 아팠지만, 끝나니 마음은 후련하더라. 그리고 시험 결과가 일주일 후에 나왔는데, 엄청난 120점 만점은 물론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나는 항상 라이팅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대학원 가서도 이 부분이 나를 발목잡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토나오게 템플릿, 브레인스토밍 연습을 하면서 계속 쓰니, 점수가 꽤 좋게 나왔다. 


이번 토플 시험결과를 보면서 나의 고등학교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쳤다. 영어공부에 관심이 많던 우리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영어를 좋아했던 나는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영어를 정말 잘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17, 18살의 나 자신은 나보다 월등한 사람을 만났을 때 "우와"에서 끝날 수 있는 굳건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못해, 항상 질투를 하고, 한국에서밖에 영어를 하지 못한 나 자신, 내 가족을 비난했더란다. 수능영어문제 100문제를 풀고 맞아도, 내가 느끼고 있는 기분과 생각하는 것들을 옆에 친구들처럼 영어로 퉤퉤 내뱉지 못해 기숙사 방에서 답답함에 울고 잤던 날들도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크했던 나


그 때 영어에서의 열등감으로 슬퍼했던 고등학생인 나를 토닥여주고 싶다. 그 때의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영어로 뒤쳐지지 않으려고 영어선생님이 되고, 미국에서 공부도 해보려고 토플시험을 봤는데 좋은 점수 나왔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 때의 서러움과 아픔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절대 쓸모없지 않았다고.


앞으로 인생에서도 아플 날도 정말 많고, 기쁠 날도 정말 많겠지만, 고등학생의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너무 놀라워 할 거라면, 1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안겨줄 놀라움은 무엇일지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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