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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수강 신청

중년 백수 일기

by 일로

아침에 일어나니 아이들이 부산하다.

큰 딸은 안방 컴퓨터에 앉았고, 막내는 자신의 노트북을 거실 컴퓨터 책상에 갖고 나와 앉아있었다.

오전 9시에 이화여대 수강 신청을 하는 날이라고 한다.

선착순 온라인 수강 신청 때문에 인기 교양 과목은 물론 전공 수업도 잡지 못해 낭패를 본다고 한다.


재밌는 건 서울대 큰 딸이 동생 대학의 수업을 수강 신청한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대학 간에 교차수강 신청을 해도 학점이 인정된다고 하니 신기하다. 실제로 서울대 안에는 교차수강을 들으며 동아리에 가입에 서울대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큰 딸도 며칠 전 이대 학번이 나왔다며 동생을 위해 이대 동아리에 함께 가입할 생각도 하는 것 같다.


큰 아이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잘 어울리는 반면, 막내는 나를 닮아 소심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당연히 큰 딸은 모임과 친구도 많아 즐겁게 대학 생활을 하는 것 같은데, 막내는 그렇지 않아 아쉬웠다.

대학 입학 때 코로나 여파로 동기들과 친해질 기회도 없었고, 요즘 청춘들은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

친구나 연애에 큰 관심이 없는 것도 같다.


오전 잠깐 하더니 오후 12시가 넘어 함께 피시방에 가서 진짜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인기 과목들은 워낙 경쟁이 치열해 초고속 인터넷이 되는 피시방에서 광클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딸들이 나가자 나는 한강에 나가 7킬로 러닝을 하고 집에 들어왔다. 큰 딸이 방에서 따라 나오더니 동생이

원하던 세 과목을 운 좋게 모두 잡았다며 좋아했다.


대학생활이 재미없다며 휴학했던 막내에게 언니의 교차수강 신청은 큰 활력이 될 것 같다. 수강신청도 성공적이었고 언니와 일주일 한 번씩 만나 점심도 먹기로 했다고 한다. 화요일 아침은 동생과 함께 이대에 가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 서울대로 넘어가면 된다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 한강을 달리다 눈송이가 날려 사진을

찍고 돌아와 글을 쓰고 있는데, 막내가 언니가 해준 바질 파스타를 먹으라며 아빠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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