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백수 일기
어제는 아내가 직장 동료들과 아차산 등산을 갔다.
오전에 아내를 군자역에 내려주고 나는 강남문화원 도서관으로 가서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란 제목의 책을 읽었다. 솔직하고 담백한 내용들이 와닿아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죽은 후에 그의 아들이 원고들을 발견해 간추린 내용들이고 저자가 칠십 중반부터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놀랐던 사실은 저자는 칠십 중반에 요즘 내가 느끼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했다는 사실이었다.
교수로서, 강연자로서 바쁘게 살았기 때문인지 칠십이 넘어서 노화와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 것 같다.
한편으론 난 아직 20년이나 남았다는 것이 너무 다행스럽기도 했고, 은퇴와 노화, 죽음에 대한 걱정들은
이십 년 후에 해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앞으로 20년 동안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살아가야 할 신중년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지난 50년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면, 앞으로 10년 간 새로운 투자를 한다면 70 이후 멋진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내가 오십 대의 마지막 3년을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지가 명확해 졌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책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운동하는 것이다.
죽음을 상상하면서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얻으면 현재 삶이 더 자유로워진다. 죽음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충만하고 자유롭게 살면서 활기차게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잘 늙으려면 죽음에 대한 입장을 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죽음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데 있어서 저마다의 종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부터 성경 통독이 시작되어 창세기를 읽기 시작했다. 오늘은 예배 전 교회 카페에 들렀다, 예배 후
순모임과 교구 예배까지 드렸다. 집에 오는 길에 다시 스타벅스에 가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어제도 밤 늦게까지도 수다를 떨었는데 하루종일 붙어 있어도 즐거울 수 있는 건 하나님 은혜인 것 같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내게 복 주시어 이 토록 멋진 인생이라는 사실을 믿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