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오해 1

결혼 19년 차 일기

by 일로

사소한 오해 1 2019년 7월 3일


사소하다 못해 너무 부끄러운 이유로 자주 부부싸움을 한다.

모든 원인은 나의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되었음을 먼저 고백한다.

오늘은 아내 핸드폰이 고장 나 삼성 서비스센터에 갔는데 거기 있는 사탕을 먹다가 어금니 보철물이 떨어져 나왔다. 치과에 갔는데 오랫동안 마취를 반복해서 두 시간 넘게 치료를 받다 보니 몸이 너무 힘들었다.


저녁때 집으로 돌아와 안방에 들어가며 아내의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에, 나 죽다 살아났다고 엄살을 피웠다.

그런데 아내 표정이 걱정보다는 화가 나있는 눈빛이었다. 아팠냐고 묻는데, 뭐가 아프다고 엄살을 피냐는 식으로 들렸다. 왜 늦었냐고 물으면 마취를 여러 번 해 힘들었다고 하려고 했는데 의외의 차가운 반응이었다.

순간 화가 났지만 꾹 참고 턱을 앞으로 내밀며 "의이구" 하고 말았다. 그 제스처는 너 정말 너무한다는 평상시 내 행동이다. 그래서였는지 아내는 더욱 냉랭해졌고, 배가 고파 밥을 먹는데 마취가 풀리지 않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무감각해진 입술을 세 번이나 씹는 바람에 비명을 질러 댔으나 아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치과 가기 전 아내 앞에서 사탕 때문이라고 짜증을 낸 것이, 아내를 원망하는 모습으로 비쳐 화가 났을 거라 생각했다.


치과 가기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마루 책상에 앉아 있는데 큰 딸에게 저녁 메뉴로 돼지불고기와 비빔국수를 묻는데 아이가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돼지불고기가 먹고 싶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나는 든든한 게 좋아"라고 했다. 아내는 아이들 위주여서 나에게는 결정권이 없어 망설이다 얘기했는데 아내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저놈에 든든한 거 지겨워 죽겠다"는 식의 반응에 나는 무색해지며 기분이 상했다. 물론 농담으로 아이들과 웃자고 한 얘기인 줄 알지만 이럴 때면 아내가 원망스럽고 나는 외로워진다.


그래도 웃고 있는 가족들에게 내색을 할 수가 없고, 구박받는 남편이 되어야 가정이 화목하다는 박찬호 선수의 얘기를 떠올리며 애써 잊어버렸다. 이렇게 별로인 하루를 보냈지만 이런 사소한 감정을 가지고는 아내에게 시비를 걸지 않는다. 그냥 흘려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고, 트집을 잡으면 큰일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울한 감정을 지나쳐 버리고 나니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저녁이 되어 즐겁게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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