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오해 2

결혼 19년 차 일기

by 일로

사소한 오해 2 2019년 7월 4일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내가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밤새 허리가 아파 한숨도 못 잤다고 하면서 엊그제 내가 엉덩이를 때려서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기억도 안 났지만 설령 장난으로 쳤다 해도 그것 때문에 충격이 갔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나를 원망하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정말 그때 꼬리뼈 쪽이 뜨끔했다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어제 왜 치과 갔다 와서 자신에게 나무라듯이 "의이구" 했냐며 물어보는 것이었다.

보통은 아내가 지난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일이 없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나도 그 상황이 궁금했던 터라 잘 됐다 싶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방에 들어오니 네가 화가 나있어 황당해서 그랬다고 하니 펄쩍 뛰었다. 너무 늦게 돌아와 죽다 살아났다고 해서 뭔가 큰일이 생긴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치료 때문인 것 같아 많이 아팠냐고 물어본 것이 전부인데 갑자기 내가 그런 행동을 해서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서로 다른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자신의 감정이 더 정당했다고 상대를 설득하려다가 또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말꼬리 끝에 잊어버렸던 어제저녁 메뉴 사건이 떠올랐다.

남편이 의견을 말했는데 항상 그런 식으로 밖에 대꾸할 수 없냐며 조금은 치사한 공격을 했다. 아내는 농담한 것 아니냐며 황당해했으나 그때를 생각하니 더 열이 받았다.


아이들 학교 갈 시간이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는데도, 어제 일이 생각나 차 안 공기가 싸늘해졌다.

그렇게 아이들을 말없이 데려다주고 헬스장에 갔는데도 서운한 감정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두 시간 넘게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데도 이대로 가면 큰 싸움이 날 것 만 같았다. 지금 감정이라면 당장 이혼을 해야 할 것 같았고, 이런 대접을 받으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 하는 내 모습에 회의가 몰려왔다.

항상 뭔가 나만 집안에서 왕따 당하는 것 같은 피해의식마저 가세를 했다.


중년부부들이 이런 감정이 들면서 이혼을 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아내와 행복한 일상 속에서도 내 낮은 자존감과 피해의식이 결합되어 이상한 곳으로 달려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니 배우자에게 불만이 있거나, 일방이 고의적 잘못을 한 상황이 온다면, 이혼이란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 오히려 이혼하지 않고 살고 있는 부부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다행히 내가 많이 잘못된 증상이 나오는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들어왔는데, 아내가 허리가 아파서 죽겠다고 한다. 아침에 병원에 가려했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아내에 대한 원망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내가 현명하게 넘어가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아파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아내가 아프면 원망이 걱정으로 바뀌면서 부부싸움의 동력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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