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오늘 아침까지 아내 눈두덩과 광대 쪽이 벌겋게 달아 올라 부어있었다.
오전 미용실을 미루고 피부과를 먼저 가야 했다. 다행히 2도 화상까진 아니어서 약 먹고 바르면 며칠 후
가라앉는다고 한다. 아내 휴가 마지막날이 화상치료와 영성훈련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치료 후 카페에서 만나 브런치 글을 읽고, 아내는 동역교회 사역을 준비하기 위해 교회로 영성훈련을 갔다.
별것 없이 끝난 휴가도 아쉬운데, 얼굴마저 벌겋게 부어 교회로 가는 뒷모습이 짠했다.
엊그제 선녀바위해수욕장 조개껍질들이 메밀꽃밭 같다며 걸어 다닌 여파도 있을 것이다.
워낙 피부가 약해 여름이면 햇볕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을 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적은 없었다.
직접 원인은 어제저녁 아차산역 고깃집에서 아내 친구들과 화로구이를 먹다가 그런 것 같았다.
아내자리 옆에 숯불 드나드는 문이 있어 뜨거운 열기가 내 자리까지도 전해졌다. 그래서인지 아내 왼쪽 얼굴이 훨씬 더 심각했다. 그걸 참고 앉아있던 아내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이렇게 더운데 2박 3일 동역교회 사역을 어떻게 가냐고 물으니, 자신은 참는데 이골이 났다고 한다.
어제도 숯불 나르던 종업원이 아내 옆에서 부딪혀 숯불재가 테이블과 아내 머리를 하얗게 덮었을 때도 뭐라 하지 않았다. 조용히 밖으로 나가 재를 털고 들어와 별일 아니라는 듯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했다.
난 사실 오전에 아내 얼굴을 보면서 화가 나, 그 가게에 전화를 걸고 싶은 심정마저 들었다.
물론 그 열기를 참은 아내도 문제지만, 전날 자외선을 많이 쐬 예민해진 피부를 간과했던 것도 같다.
나만 아내 친구들과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았다, 아내는 고기 굽고 나를 챙기느라 고생만 한 것 같다.
워낙 장모님이 강하게 키워서인지, 아내의 이런 내공 덕에 우리 부부생활이 원만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도 대부분 나에게 맞춰주고, 먼저 불평하거나 싸움을 걸어온 기억이 없다.
아마도 결혼 초기 내 과오들은 얼굴 화상 정도의 상처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다 아내가 서운했던
그 시절 내 행동들을 말할 때면,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