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2020년부터 중년백수 일기를 써야 했던 이유를, 어제 우연히 찾은 것 같았다.
내가 관종이어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은 아닌지, 나조차도 명확한 이유를 댈 수 없었다.
특히 아내와 아이들이 사생활을 노출시킨다며 싫어해 더 부담감을 느꼈던 것 같다.
김남정 작가님의 브런치에서 " 우리는 살아낸 이야기를 다시 써가며 살아간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우리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라는 유명 에세이 작가의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복되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우린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힘겹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 하루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자신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기 위해, 다시 써가며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
2025년이 저문다. 올해도 꾸준히 지나간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이름을 달아주었다.
제목과 함께 기록된 날들은 내 역사가 되어, 내가 다시 살아내야 할 일상들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물론 글을 쓰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 되기도 했다.
2025년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주택관리사 시험에 도전하며 체력과 기억력의 한계를 느꼈고, 이곳저곳
이력서도 보내봤다. 막내 학교도 가끔씩 데려다주며, 아내와 서촌 데이트 코스도 만들었다.
목포, 담양, 속초도 다녀왔고 퇴사도 했다. 어머님이 집을 부동산에 내놓으며 작은형네와 갈등도
생겼다. 아내가 새 가족 팀장을 맡았고, 교회 사역들을 통해 새로운 기쁨과 보람을 찾고 있다.
올 한 해도 내 의지보단 하나님 은혜로 살아졌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감기로 하루 종일 집에 있다. 아내와 몰아보기 시작한 "경도를 기다리며" 드라마가 "은중과 상연"의
뒤를 이을 것 같다. 어제는 큰 애 덕에 용산 아이파크 몰에 가서 맘에 든 겨울 코트와 목폴라를 세일 가격에
샀다. 집에서 쉬라는 아내 만류에도, 모녀 쇼핑을 도우러 갔다가 횡제를 한 기분이었다.
아빠 옷들은 자신이 결제하겠다는 큰 딸의 마음까지 받아 더 즐거웠던 것 같다.
2025년을 감사히 보내며, 새해에도 많은 기록들을 남기며 꿋꿋하게 살아낼 것을 각오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