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거짓말 같은 시간들이 쏜 살같이 달려와 스치듯 지나쳐 가고 있다.
작년에는 그림도 그리고 책도 쓰고, 달리기도 시작하며 새로운 일들을 많이 했는데, 어쩌다 보니
올해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아니 오히려 하던 그림도 멈추고 머뭇거리며 한 해를 보냈다.
아마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지면서, 구직을 하려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이제 두 시간 후면 2026년, 아내와 유일하게 50대를 같이 사는 해가 시작된다.
벌써 아이들이 이십 대 중반이 되어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정말 꿈같은 지난 5년을 보냈다.
이대로 두 딸들이 계속 대학을 다니면 좋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처럼 간절했던 꿈 두 가지를 다 이룬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자위를 하기도 했다.
오십 초반까지도 잘 몰랐던 부모로서의 또 다른 기쁨과 보람을 만끽했던 시간들이었다.
내 아내가 어떤 엄마였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어 미안해하고 고마워했던 것 같다.
중년 이후 고작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아내를 추앙하며 글을 쓰는 일 밖에 없었다.
비록 돈을 잘 벌지도 못했고, 다정한 아빠와 좋은 남편은 아니었을지라도..
하나님의 축복이 끊어지지 않는 사람이었단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뭐 하나 내 계획으로 이뤄진 것은 없고, 모든 것이 다 나에게 주어진 은혜들로 가득 차있다.
도대체 왜 아버님께서 그렇게 돌아가셨고, 내 삶은 어떻게 이런 식으로 흘러왔는지..
누군가 나를 위해 대신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 내 삶은 축복이 된다.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이 삶 속에서, 더 이상 모른 척해서는 안될 것 같다.
2026년엔 아내를 따라 신년 새벽기도를 나가고, 제자훈련도 열심히 받아 보자.
성경도 제대로 읽어 보고, 왜 이렇게까지 나를 사랑하시는지 물어나 보자.
하나님 아버지가 왜 그토록 나를 사랑하셨는지 알아보는 한 해를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