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도전기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어제는 큰 딸아이 생일이었다. 워낙 빵을 좋아해 매년 빵 주문을 한다.

작년은 관악 쟝블랑제리 빵집이라 오전에 다녀왔는데, 올해는 성심당 말차시루케익이 먹고 싶다고 했다.

아내와 하루 전에 내려가 성심당 본점에서 1시간 줄을 서서 빵을 사고, 케익부띠끄에 다시 40분을 기다려

케이크를 사야 했다. 오전 천천히 출발해 옛정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에이트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후 늦게 가면 사람이 많지 않을 거란 물색없는 생각을 했다.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 건너 성심당 블록을 바라보며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후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큰 길가 케익부티크 줄이 끝이 보이질 않았고, 골목 안 본점 줄은 더 북새통을 이뤘다. 일단 줄 끝을 찾아가 줄을 서서 40분을 넘게 기다리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케익 쇼핑백을 든 사람들이

다시 줄을 서는 것이었다. 당연히 본점에는 케이크와 빵이 다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었다.

혹시나 해서 직원에게 물었더니 역시 케이크는 본점에 없다고 한다.


온몸에 힘이 빠졌다. 오면서 본 부띠끄 줄은 더 길어 보였고,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케익과 롤만 사와도 된다고 했는데, 괜히 엉뚱한 줄에서 한참을 기다린 셈이 된 것이다.

처음부터 양쪽에 따로 줄을 섰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나 혼자 줄에서 나와 케익부띠끄 맨 끝 줄을

찾아가는데 뭔지모를 화가 났다. 얼마 뒤 빵을 사가지고 온 아내에게 짜증을 내는 바람에 아내와 실랑이

벌였다. 가게 안에서 주문하고 나와 다시 옆 건물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케익을 받을 수 있었다.


무사히 빵과 케익를 사 갖고 올라오는 길에 아내에게 조용하고 애정어린 훈계를 들어야 했다.

이 모든 과정들이 즐거운 추억인데 왜 자신에게 화를 내냐는 것이다. 아내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짜증을 내도 언제나 당신이 다 받아줘 습관처럼 나왔다는 고백과 반성을 해야 했다.

저녁 늦게까지 목 빠지게 기다리던 아이들과 즐겁게 빵을 나눠먹고, 어제는 케익으로 생일 축하를 했다.

오늘 아침 한강 러닝을 한 후 돌아와 말차시루에 라테를 마시며 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