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와 능력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아침 9시경 일어나 아내와 양재 코스트코를 갔다. 평일 오전이라 주차장 대기줄이 없어 바로 3층에 주차를

했다. 큰 딸이 먹고 싶다는 광어회와 주일 새 가족 모임 간식거리를 사러 갔다. 1년 회원권을 갱신하는데

4만 3천 원이라고 한다. 일 년에 몇 번 오지 않아 아깝다며 더 자주 오자고 했다.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집에 오니 막내딸은 학교에 갔고, 큰 아이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셋이 회로 아점을 먹고 나니,

라면이 생각났다. 오후에는 아내와 집 앞 헬스장에 가서 운동과 사우나를 하고 돌아왔다.


코스트코를 오가며 아내는 어제 모임 갔던 얘기를 했다. 청담초 친구 엄마들이다 보니 다들 여유가 있었다.

한 엄마는 부동산 시행사 대표인데 최근 크게 성공했다. 강남 부동산도 여러 채이고 미국 주식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한의사인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고, 유학 보낸 딸 씀씀이가 너무 커

걱정이 많았다. 너무 많은 부동산 세금과 건강 때문에 요즘 많이 공허하고 힘들다고 한다.

다른 엄마는 아들과 딸을 카이스트와 서울대에 보냈는데,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착실한 남편과 사이가 나쁘지는 않지만, 서로 대화가 없어 각자 생활한 지 오래됐다.

남편은 대기업 연구원이고, 강남 아파트 월세만 700만 원이 들어오지만 우울하다고 한다.

마지막 엄마는 남편은 외교부 공무원이고, 금슬이 좋아 늦둥이 셋째 딸을 놓아 초등학생이다.

내 아내까지 네 명이 모였는데, 재산과 남편 능력 정도와 부부 관계가 반비례하는 것 처럼 보였다.

다행인지 우리 순위는 모두 하위였지만, 다들 우리 부부를 부러워 한다며 즐거워했다.


신기하게도 신은 그 누구에게도 다 주지는 않는다. 마치 총량의 법칙처럼 말이다.

부부관계가 좋으려면 배우자에게 감사해야 하는데, 내 능력과 재산이 많으면 쉽지 않은 일이 된다.

나도 백수가 되어 일하는 아내에게 고마워하면서 더 행복해진 것 같다. 감사하는 마음이 행복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다. 올해는 아내도 일을 그만둬, 서로에게 더 고마워하는 것 같다.

지금 아내는 금요 예배를 갔다. 이런 평범한 하루와 능력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