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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로 Sep 16. 2024

재결합과 사생활

결혼 21년 차 일기

재결합과 사생활     2021년  2월  25일


 오늘 아침에 큰 딸이 오전 8시에 피시방에 가서 첫 학기 수강신청을 한다고 해서 일찍 깨어 아이를 보내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침대에 마주 보고 누워 어제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들로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말다툼을 벌였다.


 큰 처형이 이혼 한 형부와 딸을 매개로 잘 지내는 것 같다고 해서, 잘됐다는 생각에 이러다 두 분이 내 예상대로 재결합할 것 같다고 하자 아내가 갑자기 화를 냈다. 나보고 제발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처형이 싫다고 했는데 왜 자꾸 타인의 사생활을 판단하냐며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흥분했다.


 희망 섞인 맞장구에 불과했는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당황스러웠다. 알았다고 하며 그냥 넘기려는데, 제발 다른 사람들 사생활에 대하여 단정적으로 말하지 말라며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 했으나, 아내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 알면서도 못 고치는 내 단점이어서 반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평소에도 유명인들에 대하여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본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내가 가십거리와 타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내가 연예인들 치부를 들춰내면 아내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얘기하곤 한다.


 그럴 때면 혼자 성인군자처럼 구는 것 같아 야속할 때도 있지만, 아내가 나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어 우리 아이들도 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주변을 살펴보면 아이들 성품은 그 엄마과 떼어 놓고 볼 수 없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 아침 아내의 충고는 나는 물론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그대로 수긍해야 했다.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내 삶을 가장 크게 좀 먹는 어리석은 행동에 불과할 것이다.

앞으로 사생활에 대해 말하지 말고, 관심조차 갖지 않도록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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