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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로 Sep 17. 2024

박수홍과 새벽 싸움

결혼 21년 차 일기

박수홍과 새벽 싸움    2021년  4월  5일


 어젯밤에는 아내와 새벽에 부부싸움을 하는 바람에 둘 다 잠을 설쳤다.

오후 늦게 친구 부부와 수진사 산책을 갔다가 늦은 시간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서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까지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다가 박수홍 관련 이야기를 듣고, 새벽에 잠이 살짝 깬 아내에게 흥분해서 말해주다가 싸움이 나고 말았다.


  최근 연예인 박수홍이 형에게 재산을 횡령당했다는 뉴스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였다. 이런 유튜브 가십을 신나서 이야기하니 아내가 뭐라 했다. 제발 확실하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사람 억울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당신이 직접 것이 아니면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말에 조금도 동조해 주 않고 나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자 나는 치사한 공격을 했다.


 당신은 좌파 성향이라 그런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공감해 주지 않는다고.

그러자 아내도 꼭 한번 이야기하려 했다며 아무 생각 없는 자신에게 툭하면 좌파라 하는데 한 번만 더

그러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너무 모욕적인 말을 한다는 것알고 있고 여러 번 반성을 했는데도 고쳐지지 않는다. 아내가 그냥 넘어가 주다 보니 궁지에 몰리면 자꾸 그런 말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아무튼 이런 한심한 논쟁으로 밤 새 부부싸움을 했지만, 사실은 일방적인 내 사과와 아내의 훈계에 지나지 않았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얼마나 내가 복에 겨워 멀쩡한 아내를 못 살게 굴었는지가 분명해진다.

그럼에도 끝가지 나를 좋은  말로 이해시키려는 아내의 모습에서 양심에 가책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보통 여자들 같으면 한심하다며 엄청 화를 냈을 것이고, 나는 나대로 크게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우리 부부싸움은 항상 이런 식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자존심이 상해 아내를 공격하다가 아내의 눈물과 사려 깊은 말들을 들으며 후회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끝이 난다.

나이가 들수록 미더운 남편은 못되고, 속 좁고 옹졸한 모습만 보이게 되는 것아 같아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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