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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로 Sep 18. 2024

 내면 아이와 왕자병

결혼 21년 차 일기

내면아이와 왕자병     2021년  4월  14일


 난 언제나 혼자 문제를 일으키고 치유되기도 한다.

아내는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내가 조금만 미안한 행동을 하고 나면 아내의 눈치를 보다가 나를 미워하는 행동이라 단정 짓고 나도 속으로 미워하며 화를 내기 시작한다.


 어제 오후에도 아내가 작은 처형을 만나러 나가자 혼자 집에 있기가 싫어 스타벅스 팔당점에 갔다 왔다.

아내가 나의 이런 행동을 서운해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또 나는 아내의 농담에도 상처를 받으며 화를 내려한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 의심하다 보니 조금만 상대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내 의심은 확신이 되어 상대를 공격하게 된다.


 타인의 농담이나 놀림을 못 참고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해 잘 삐지며 원망한다.

미정이 같은 아내를 두고도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서운해한다.

이런 내 모습 때문에 매일 글을 쓰고 반성을 해보지만 타고난 유전과 천성이란 것이 무섭다.

아버님의 소심함을 닮았는지, 남들이 나를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강박이 나를 위축시킨다.


 오늘 아내와 나인블록에 갔을  때까지도 아내가 나를 미워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니 질병임에 틀림없다. 

덕분에 나는 아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아내 입장에서는 이런 남편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아내를 의심해 

힘들 때가 많을 것이다.


 아내의 투정과 잔소리에 익숙해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

조금은 아내가 서운해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후회 없는 삶이 될 것이다

이런저런 눈치 보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내 탓을 하며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 안의 내면아이는 어쩌면 성장을 못한 미숙한 어린아이인지도 모른다.

그 아이는 그 어떤 사람도, 심지어 가족이나 강아지들조차도 따뜻하게 포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자라지 못한 내 안의 내면 아이를 이제는 어른으로 대접해 주고 사랑해 주어야겠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가 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집중하면 될 것이다. 아내 말대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 관심을 덜 갖는 것이 정답인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받고 있는지, 미움받고 있는지, 너무 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지나치다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아내 말대로 이것이 진짜 왕자병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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