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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로 Sep 14. 2024

우파 남편과 좌파 아내

결혼 20년 차 일기

우파 남편과 좌파 아내    2020년   10월   14일


어제저녁 늦게 아내와 싸웠다가 잠자기 전에 화해를 했다.

아니 화해보다는 아내가 용서해 주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벌써 이번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반성을 해도 그때뿐이다.


 어제 성폭행 판결이 폭로된 좌파 인사의 기사를 보고 흥분해서 얘기하니 아내가 듣기 싫다며 그만하라고

했다. 습관적으로 타인을 비난하다가 아내가 그만하라고 하자, 왜 당신은 좌파 얘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냐며 느닷없이 또 아내의 정치 성향을 공격한 것이다.


나는 강남에서 태어나 보수 성향이 강하고 처가는 해남이 고향이시다. 아내의 성장 환경은 나와 크게 달라 

선거 때만 되면 서로 다른 후보를 찍느라 모른 척해야 했다.   

사실 아내는 정치에 크게 관심도 없고 내 정치 성향도 존중해 준다.


 다만 내가 극단적으로 감정 표출하는 것이 너무 없어 보인다며 자제를 시킨 것뿐이었다.

예전에도 아내를 빨갱이 같다고 공격하여 상처를 준 적이 있었는데 또다시 그런 실수를 한 것이었다.

아내는 항상 우리도 그럴 있으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정죄하지 말자고 했을 뿐인데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아내를 공격하고 마루로 나왔다가 들어가 보니 아내도 많이 서운해하고 있었다.

마음 착한 자신이 이번에도 용서한다며 넘어가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너무 못나고 한심하다.

이렇게 글을 써보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도 한편으론 나를 공감 못해준 아내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일기를 쓰다 보면 내가 얼마나 잘못됐고 어리석은 지가 명백하게 보인다.

아내의 정치 성향이 문제가 아니고 내 꼰대 마인드와 굳어진 편견이, 중년 이후의 부부 관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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