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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로 Sep 13. 2024

잔소리 스트레스

결혼 20년 차 일기

잔소리 스트레스     2020년   9월   24일


 오늘 아침에 규은이 등교 준비를 하다가 아내의 잔소리에 화가 나 한마디를 하는 바람에 아침 기분을 망쳤다.  아내의 잔소리가 심한 편은 아니나 내가 느끼기엔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며칠 전에는 설거지 물받이를 꺼내 보이면서 바닥이 노란색으로 변한 것이, 내가 커피 먹은 컵을 깨끗이 닦지 않아 그런 것 같다는 잔소리를 했다.


 처음엔 수긍했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말도 안 되는 트집으로 느껴졌다. 물이고였다 마르면 그런 색이 될 것 같고, 최근 더 깨끗이 헹구고 있기 때문에 억울한 감정마저 들었다.

아내는 그냥 습관적으로 나를 보면 잔소리를 하고 싶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도 안방 탁자에 어쩌다 발 껍질을 뜯어 놓은 것을 보고, 마치 항상 그러는 것처럼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바람에 화가 났다.


 제발 적당히 하라고 화를 내고 규은이를 데리고 학교에 가는데 괜한 소리를 했나 싶기도 하고, 그 정도 잔소리도 들어주지 못하는 나 자신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론 가만히 있다간 잔소리가 점점 심해질 것도 같아 한번쯤은 반항을 해야 할 같은 기분도 들었다.


 어찌 됐건 미정이 잔소리는 사실 다른 아내들에 비하면 없는 편이고, 나에게 하는 일상의 잔소리는 나에 대한 관심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자존감이 낮고 간섭받는 소리를 듣는데 익숙지 않아 불편하게 여길 뿐이다. 아내가 맘껏 나를 상대로 잔소리를 할 수 있어야 아내의 스트레스도 풀리고 내 내성도 키워질 것이다.


 아내의 잔소리가 적어지길 기대하기보다는, 내 자존감과 잔소리 내성을 키우는 편이 훨씬 행복한 부부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 1%는 남겨두고 사랑의 눈길로 바라볼 수 있어야 진정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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