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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에 중독된 사회

중년 백수 일기

by 일로

오늘은 아내를 회사에 내려주고 서울대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며 아내를 기다렸다.

캠퍼스를 거닐다 교보문고에 들려 "정의감 중독 사회", "도파민네이션"이란 책을 읽었다.

정의감 중독 사회를 읽으며 나 자신을 들킨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공짜, 비밀,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내 신념을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읽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길은 자신이 다 알지 못한다는

생각에 익숙해지는 것"이라는 글과 같은 맥락이다. 저마다 자신의 정의감에 중독되어 타인을

비난하며 불행해지는 것 같다.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불안, 공허, 외로움을 잊을 수 있는 도파민이

제공되기 때문일 것이다.


도파민네이션에서는 쾌락과 고통의 상호관계를 쉽게 잘 설명해 주었다.

이 두 감정은 시소의 양 끝에 있어, 한쪽으로 쾌락 감정이 무거워지면 항상성으로 인해 그 크기만큼의

고통이 찾아와 균형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양의 도파민을 제공받기 위해서는 더 큰 자극이

필요한 적응성 때문에 쾌락의 끝은 항상 더 큰 고통의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막연히 생각하던 고통이 선행된 쾌락이 진정한 행복일 거라는 추론을 뒷받침해 주었다.

행복을 위해 일상에 없는 더 큰 쾌락을 찾다 보면, 일상에서는 그 항상성으로 인해 더 큰 고통을

맞이하게 된다.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 도파민을 제공받는 사람은, 일상의 평안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기에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한 인생은 일상이 즐거운 사람들의 것이지, 결코 돈과 사회적 성공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매일 운동하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책 읽는 것은 일상에서 고통을 인내하며 얻는 쾌락이다.

그런 도파민에 중독될 수 있다면 일상이 즐거운 행복한 인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 학교에서 아내를 기다리며 카페에 앉아, 더 이상의 행복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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