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열음 Mar 16. 2022

나를 돕는 손이 있다

아빠의 여자친구는 나의 파트너


이른 아침, 역시나 예상보다 늦게 일어났다. 아뿔싸.

대체 언제쯤 일찍 일어나 여유를 부리며 커피도 한잔 할 수 있을까.

오늘도 급하게 점심 준비를 하며 냉동 볶음밥을 꺼냈다.

식용유 한 숟갈을 둘러 잽싸게 볶으려 하는데

싱크대 아래, 평소 눈길도 닿지 않는 곳에 무언가 허연 게 보인다.

식용유나 올리고당, 식초 등이 담긴 다용도 통에 키친타올이 깔려 있는 것!

내가 아니고선 우리집에 저런 세심한 걸 둘 사람이 없는데….

식용유를 쓰는 사람도 우리 집엔 나뿐인걸.

이 경우는 둘 중에 하나다.

1. 내가 하고 잊어버렸다.

2. 아빠의 여자친구가 왔다갔다.

그런 부지런한 기억이 없으니 아무래도 2번이 유력하다.

누군가의 선의에 의해 나의 게으름의 실태가 드러난다.

사실 기름기가 절절 묻어나는 바구니의 실태를 이미 알고 있었는데,

꼭 내 책임만은 아니라며 외면하고 있었는데

게으르지 않은 누군가에게 일을 떠넘긴 꼴이다.

나는 늘 그런 손들의 도움에 휩쓸려 산다.

그야말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한 사람의 손길이 우리집을 윤택하게 만들었고

살만한 집으로 만들었으며

때로는 배부르게 하고,

지금은 생각하게 하고있다.

도움에 휩쓸려 사는 삶.

나는 누군가를 휩쓸 만한 도움을 주며 사는가.

때로는 누군가에게 살 만한 집이 되어주는가.

작가의 이전글 미용실은 어려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