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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열음 Mar 25. 2022

죽을 때까지 다이어트하긴 싫은데

1편


세상에 다이어트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사실 있다는 게 불공평할 뿐이다.

우선 나는 온갖 거절감과 실패감, 죄책감을 다이어트를 통해 학습했다.

그만큼 원초적인 욕망과의 대결이 없다.

식욕을 억제하고, 게으름 피우지 않는 것.

내 최초의 다이어트는 10살 때였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세워질 무렵,

곧바로 다이어트에 돌입했던 것 같다.

취미로 춤을 추기 시작할 때, 무대를 준비하는 경건한 마음과

남들보다 조금 통통한 허벅지에 대한 자각으로

이만큼 살이 떨어져나갔으면 좋겠다며

손이 마치 지방흡입기라도 된 것처럼 자르는 시늉을 해보았다.

그때의 내가 옆에 있다면 ‘지금이 딱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예뻐지기 위해서는 살을 빼야한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생각은 지금까지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 아빠는 티비에 나오는 뚱뚱한 사람들을 보면 가차없이 비난했다.

그의 삶에 대해 속속들이 안다는 듯 혀를 차는 아빠를 나는 속으로 비난했다.

대체로 나는 하체보다는 상체에 살이 더 많은 편인데,

누웠는데도 배가 나와있는 모습을 보고는 아빠가

‘누우면 보통 배가 들어가야하는데… 관리 좀 해야겠다’는 둥의 말을 몇번 내뱉은 후로

화장실에 가면 뱃살부터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밤늦게 무언가 먹을 때면 아빠 귀에 들리지 않게 괜히 조용히 먹게 되고,

급하게 빨리 먹고 싶을 때면 아빠가 ‘천천히’라고 말하던 때가 떠오른다.

어쩌면 그렇게 매순간 잘 보이기 위한 먹방을 준비했는지도.

우리집은 복스럽게 기보다는 깔끔하고 우아하게 는 쪽이었다.

그러니 와구와구보다는 야금야금 쪽이 가깝겠다.

막상 아빠는 쩝쩝 소리를 내며 밥을 먹는다는 사실이 억울하지만 말이다.

누구보다 내가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는 아빠지만,

음식을 고귀하게 사랑하길 바랐던 거겠지?


이외에도 살을 조금빼면 나를 만나겠다고 뒷말을 했던 짝사랑남,

살을 조금만 빼면 더 예쁠 것 같다고 속삭였던 전남친의 경우도 있다.

생각하니까 또 화나네.

그럼에도 먹는 것만큼 간편하고 짜릿한 기쁨이 또 없었다.

아마 오늘도 자기 전에는 먹방 유튜브를 보다 잠들 것이다.

내게 엄마의 밥은 없었어도 고모의 밥은 있었고,

갖은 인스턴트와 간식이 넘쳐나는 대신 엄격한 관리자는 없는 집이었다.

10살부터 20살까지 간간이 댄스 무대에 오르기 위해

시즌과 비시즌을 거듭하며 늘 다이어트와 함께했으나,

왜 다이어트를 해야하는지는 사실 몰랐다.

소원대로 5kg를 빼면 누가 행복해지는지도 잘 몰랐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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