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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열음 Mar 30. 2022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저주


하나님,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참이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서성이다가 이제야 돌아옵니다.

나조차도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들고 돌아옵니다.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사실 나는 나의 외면을 가끔 사랑해주었을 뿐

내 모든 선택과 장점과 결점의 끝자락까지 안아주지는 못했습니다.

그 대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진, 내게 없는 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티 없는 웃음과 끝없이 드러나는 자기 긍정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질투하다가 아파하다가.

실제로 이런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건강한 마음을 지닌 누군가에게 말할  없는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그의 웃음은 가짜가 없고,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표정을 짓는다는 것.

그것은 전혀 거리낄 것 없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자 마음이니까요.

이제야 제 웃음이 방향을 잃었단 사실을 깨달아요.

애처롭게, 마주앉은 사람의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로

내가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들켜버릴까봐

애써 웃고 농담하고 왠지 기분이 좋은 날인 척 하기도 했어요.

웃음을 훔치고 싶기도 했어요.


하나님, 모두 앞에서 나일 수는 없지만

같이 있으면 저를 드러낼 수 있는 몇몇 사람들도 주셨어요.

내가 어떻게 걷든 무슨 표정을 짓든

나를 나로 인정하는 것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람들.

그런 이가 한 두 사람보다 더 많다는 사실은 위대한 축복이에요.

그치만 아직 제가 편치 않네요.

나에 대한 환상과 파괴가 매일 새롭게 갱신되면

내가 생각했던 나는 온데간데 없고

불온한 나만 남아있어요.

그저 편한 척, 기쁜 척, 나와는 데면데면하고 어색한 시간들이

무색하게 흐르고 나면

그 애매한 웃음을 짓게 돼요.

무언가 불순물이 남는 그런 웃음,

누군가에게 금세 들켜버리고 말 나의 불완전함.

나를 사랑하지도 않고 남을 사랑하려고 하면

그 치사하고 애매한 저주에 걸리고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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