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의 오류

아깝다는 이유로, 더 큰 손해를 보다.

by 김 신

매몰비용의 오류는 이미 지불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매몰비용)을 고려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심리적 오류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아깝잖아”라는 이유로 손해를 더 키우는 선택을 하게 되는 거죠.


여러분은 매몰비용의 오류를 범한 적 있나요? 저는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한번 해볼게요.


저는 한때 속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속기사는 말 그대로 속기록을 작성하는 사람인데, 회의나 발언을 빠르게 타이핑해 녹취록을 만드는 것이 주요 업무입니다.


그래서 일반 키보드가 아니라 ‘속기 전용 키보드’라는 것을 사용해요. 문제는 이 키보드 가격이 정말 사악하다는 거죠. 무려 300만 원이었습니다. 저는 그걸 직접 구매했고, 이후 3년 동안 자격증을 준비했어요. 그리고 결국… 포기했습니다.


3년간 자격증을 따지 못한 사실보다, 3년 동안 매몰비용의 오류에 사로잡혀 포기하지 못한 제 자신을 더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300만 원의 초기 비용뿐 아니라,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들이 너무 아까워서, 이미 내 길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쉽게 놓지 못했습니다. 마치 박살 나는 주식 시장에서 손절하지 못하고 계속 버티는 사람들처럼 말이에요.


제삼자가 보기에는 “그만두는 게 맞지” 싶겠지만, 막상 내가 되어보니 그 심리적 늪에서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저는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져본 ‘경험’ 자체가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또다시 이런 상황에 부딪힐 수 있겠죠. 그게 물건이든, 관계든, 사랑이든 어떤 형태로든 말이죠. 그래도 이제는 그때보다 조금 더 슬기롭게, 담담하게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심리학자 ‘캐럴 드웩’의 저서 『마인드셋』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세상에는 성공과 실패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경험과 비경험만이 있을 뿐이다.”


그 말처럼, 저는 실패가 아닌 ‘경험’을 통해 더 나아졌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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