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말이 칼이 될 줄 몰랐다

예고 없이 다가온 타인의 모욕

by 김 신

나는 남양주 시골에 살고 있다. 우리 동네는 조용하고 한적한데, 어르신들이 많아서 출근 시간 버스를 타면 자주 마주치곤 한다.

1년 전쯤, 아직도 기억에 남는 황당한 일이 하나 있었다.
평소처럼 버스를 탔는데, 그 버스 안에 낯선 여자를 한 명 봤다. 나이가 대충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쯤 되어 보였고, 조용해서 처음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날 버스엔 나랑 그 여자, 그리고 한 할머니가 함께 타고 있었다. 여자는 막 버스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으려던 참이었고, 할머니는 이미 자리에 앉아 계셨다. 누가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쳐다보게 되는 건 본능이다. 할머니도 무심코 그 여자를 바라보셨는데, 갑자기 그 여자가 할머니한테 "이게 어디서 날 쳐다봐?"라고 말하는 거다.

순간 당황해서 나도 그 여자를 쳐다봤는데, 이번엔 그 여자가 나한테 "눈 깔아."라고 했다.
난 조용히 눈을 깔았다.

그때 할머니는 꽤 당황하신 눈치였고, 조금 겁먹은 표정이었다. 나와 할머니는 예전에 몇 번 대화를 나눈 적 있어서 서로 얼굴은 아는 사이였다. 할머니의 기분을 풀어보려고 전혀 상관없는 말을 건넸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그 여자를 몇 번 더 봤는데, 볼 때마다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라는 느낌을 풍기며 버스에 탔다.
처음엔 조현병인가 싶어서 신경 쓰지 말자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병적인 느낌보단 그냥 좀 이상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우리 동네에 유명한 '인생 막장'인 형이 하나 있는데, 그 여자는 그 사람만 보면 도망가곤 했다. 그런 거 보면 그냥 '조금 미친 사람'이었던 것 같고, '정말 미친 사람' 앞에선 아무 말도 못 하는 거 보니까 딱 내가 싫어하는 강 약약 강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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