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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디 Jun 15. 2023

뇌를 읽는 시대,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

[Startup:D] (주)포엔 김성균 대표

식음료업계에서 비교 광고는 흔하다. 대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숨기고 맛을 비교 평가 받는 블라인드 테스트방식으로 이뤄진다. 제품이 더 뛰어나다는 걸 알리기 위한 방편인데, 아무래도 선두주자보다는 후발주자의 활용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는 펩시콜라가 코카콜라와의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TV 광고로 내보낸 게 시초다.

이 방식은 신제품 출시 과정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소비자의 반응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서다. 대개 설문조사 방식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 값은 객관적일까? 단언하기 어렵다. 테스트 참가자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는 순간적인 감각과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소비자 반응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확인하기 위해 뇌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2021년 대기업의 해묵은 고민을 스타트업이 해결한다는 취지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에서 롯데중앙연구소가 제시한 과제가 ‘뇌 과학을 활용한 객관적인 소비자의 감정·신호 평가’였다. 뇌파분석을 통해 식품을 섭취했을 때의 반응, 감정, 선호도 등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이 뉴로마케팅(neuro marketing) 분야에서 선정된 스타트업이 ㈜포엔(4N)이다.      

㈜포엔은 뇌파 측정 및 분석을 통한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의 정신건강 진단보조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뇌 과학을 바탕으로 신경과학(Neuroscience)과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 XAI)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최적화된 맞춤형 시스템을 개발한다. “상상하는 것이 현실이 된다”는 이 회사의 슬로건처럼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어떤 파급효과를 보일지 그 미래가 더 궁금한 회사다.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석·박사들이 창업

㈜포엔은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석·박사 출신 김성균 대표가 설립했다. tvN 지식예능 ‘알쓸신잡’에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정재승 교수 문하에서 함께 수학한 동문 4명이 창립 멤버다. 바이오및뇌공학과는 정문술 회장이 카이스트에 300억 원을 투자해 신설된 바이오시스템학과의 바뀐 명칭이다.      

“옛날에는 심장(Heart)에 생각이 있다고 여겼잖아요? 콜로세움 같은 데서 목숨을 건 결투 끝에 검투사가 머리가 파열된 채 죽었을 때나 뇌를 관찰할 수 있었죠. 뇌 연구는 실제 뇌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됐을 때부터 시작됐고, 뇌파를 가지고 연구가 이뤄진 건 1980년대부터입니다. 엄밀하게 말해 2000년대 초반까지 뇌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였고요.”     

김 대표가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는 국내에 신경과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처음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시기였고, 뇌라는 매우 복잡한 신체기관의 특징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 김 대표는 석사학위 연구주제로 술을 마셨을 때 정상인의 뇌파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정 교수의 지도 아래 연구했다. 정상인의 뇌와 이상증상이 있는 뇌의 차이를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는 뇌세포가 이루는 신경네트워크 분석으로 받았다. 1㎜ 크기의 예쁜꼬마선충 애벌레는 뇌세포 297개를 가지고 있는데, 세포 또는 세포가 서로 연결돼 있는 시냅스를 하나씩 제거하면서 네트워크 특성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연구한 논문이다. 이를 통해 뇌는 가장 효율적인 모습으로 네트워킹을 하지 않고 왜 현재 상태로 구축됐는지를 규명하고자 했다.     

김 대표는 국가 지원으로 학업이나 연구과제 등을 수행하면서 좋은 기술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다. 졸업과 함께 창업에 도전한 이유다. 그 시작은 2018년 1월 설립한 ㈜에코플로우였다. 그런데 본인의 전공이 아닌 친환경분야, 매연절감장치를 개발하는 회사였다. 주변에서 보유 기술이 있으니 함께 사업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 창업진흥원의 ‘글로벌 엑셀러레이팅 창업기업’에 선정돼 미국 실리콘밸리로 투자를 받으러 가기도 했다. 폭스바겐그룹의 ‘디젤게이트’가 터진 터라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실 투자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김 대표는 “내 기술이 아닌 이상 투자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걸 그제 서야 깨달았다”고 했다.     

창업의 시행착오를 겪은 김 대표는 사명과 아이템을 총체적으로 전환하는 피보팅(pivoting)을 단행했다. 2019년 자신의 기술인 멘탈헬스케어서비스로 재창업에 나선 것. 역시 뇌 공학박사 출신인 연구실 후배 2명이 합류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23억 원의 시드펀드 투자를 받아 기술개발에 나섰고 현재 다음 단계의 투자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뇌파분석과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의 결합

뇌파는 뇌세포 사이에 오고 가는 미세한 전기신호의 파동을 말한다. 이를 측정하고 분석하면 뇌 질환 여부 또는 심리·감정상태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과거에는 뇌파를 분석할 때 시그널로만 의미를 파악했다. 하지만 랜덤신호와 뇌파신호를 분별할 수 없을 정도여서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뇌 과학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뇌파가 1초 동안 몇 번 진동하느냐에 따라, 즉 알파파, 델타파, 베타파 등 주파수대역의 분석을 통해 특징 값(숫자)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은 숫자로 표현된 뇌파신호의 의미와 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과거에는 알파파, 베타파 등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만을 표현했다면, 이제는 특정 값을 통해 뇌파신호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우울증을 진단하는데 그쳤다면, 왜 우울증으로 진단했는지 근거까지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포엔의 핵심기술이 바로 뇌파분석과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이다.


뉴로마케팅·신경정신과 보조진단서비스로 활용

㈜포엔의 주 사업 분야는 뇌파를 측정해 분석하는 서비스다. 지금은 기존 상용 장비를 활용 중이지만, 곧 포엔만의 뇌파측정 장비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포앤의 뇌파측정 서비스가 주로 활용되는 영역은 뉴로마케팅이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대-스타해결사플랫폼’ 스타트업 공모사업에서 선정된 과제처럼 소비자가 식품을 섭취했을 때의 감정이나 선호도를 뇌파를 통해 분석해주는 식이다.      

A사가 본사 직원과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 상용화를 검토 중인 어플리케이션의 실험설계, 데이터분석 등을 위한 협업도 진행 중이다. 심리 상담이나 연구에서도 뇌파 분석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사람들의 뇌파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멘탈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이나 대학, 병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현재 카이스트, 가톨릭대, 강남대, 부산대 연구실 및 관련 병원들과 협력하고 있다.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뇌파분석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서버리스(serverless) 분석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포엔의 궁극적인 사업목표는 의료 분야다. 신경정신과 진단보조서비스가 그것. 사실 정해진 질문해 답하는 자가 설문방식은 대상자 스스로도 심리상태를 확신하기 어려울 때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 주 얼마나 우울했는지 1~5점 사이에서 기재해야 하는데 환자 스스로 5점인지 4점인지 애매할 수 있다. 물론 의사의 전문적 상담이 뒤따르지만, 뇌파분석으로 과학적인 정보를 추가 제공함으로써 의사와 환자 모두 납득할 수 진단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경찰청 과제로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가톨릭의대와 공동으로 뇌파 및 생체신호 분석 기반의 거짓말탐지기도 개발 중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거짓말탐지기는 체온 기반이다.


뇌파분석의 무한확장 가능성

포엔은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BCI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기술이다.     

포엔은 이를 통해 사람의 생각만으로 사물을 동작시키는 뇌파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음성 인식 기반의 인공지능스피커처럼, 뇌파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단어(명령어)를 추출해 IoT(사물인터넷)에 적용하겠다는 것. 현재 드라마를 시청하다 ‘10초 건너뛰기’라든지 채널이동, 볼륨, 밝기조절을 할 수 있도록 구현해나가고 있다.      

“단어를 뽑아내고 정확도를 높이면서 24~70개까지 명령어 추출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고도화하는 단계입니다. 가전제품부터 메타버스, 군 작전에서처럼 소리를 내서는 안 되거나 소음이 많은 상황에서도 명령어가 전달될 수 있도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착용하기 편하도록 가볍고 작으면서도 뇌파분석의 효율은 높은 장비를 상용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죠.”      

뇌를 읽는 시대,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자못 궁금하다. 그 중심에 뇌 공학박사들이 키워나가는 ㈜포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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