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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디 Jun 13. 2023

블록체인으로 지적재산권 인증·관리, 이젠 세계로 간다

[Startup:D] (주)레드윗 김지원 대표

연구자들의 지적재산권을 블록체인 기술로 쉽게 관리해주는 기업이 있다. 대전 유성구 어은동에 위치한 ㈜레드윗(ReDWit)이다. 엑셀, PPT, 구글드라이브 등 연구원들의 자연스러운 기록을 업로드하면 위변조가 방지되고 전자서명, 시점인증을 통해 누구의 기록인지 증명해주는 전자연구노트 ‘구노(GOONO)’가 이 회사의 주된 서비스다. 서면 기록을 모바일로 촬영하면 자동 스캔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레드윗은 ‘R&D 과정의 목격자(Research and Development Witness)’란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 꿈꾸던 소녀의 인생 바꾼 CT대학원

“당신의 과정을 증명하라(Prove Your Work)”는 아이디어를 상용화한 주인공은 이 회사의 20대 CEO 김지원 씨다. 연극을 좋아했고 희곡작가를 꿈꿨던 김 대표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하지만 졸업이 다가오면서 불확실한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고, 어렴풋하게나마 창업이란 걸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선택은 카이스트 문화기술(CT)대학원.      

“평소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왜 이런저런 제품은 없는 걸까?’ ‘왜 이렇게까지 못 만들까?’ 습관처럼 이런 말을 쏟아냈죠. 그렇다 보니 주변에서 ‘그럼 네가 만들어보지 그러느냐’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어요. 그러면서 창업이란 걸 처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창업은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하던 차에 카이스트 석사과정에 전공과 창업을 병행하는 과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면 창업이 뭔지는 몰라도 배울 수는 있겠다 싶었던 거죠.”     

카이스트에 입학하자 가장 핫한 이슈가 블록체인이었다. 코인과 관련되어서만 어렴풋이 알고 있던 블록체인을 구체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기술이 ‘시점인증’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란 걸 깨달았다. 블록체인기술을 적용하면 누가 어떤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를 위변조가 불가능한 기록으로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위변조가 되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기록으로 연구데이터를 주목했다.     

문과생인 김 대표는 소위 연구원이란 사람들을 석사과정에서 처음 만났다. 연구원은 똑똑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란 인식이 컸는데, 막상 그가 만난 이과생들은 스스로를 폄하하고 있었다. ‘왜 그들은 자신의 연구가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느끼지 못하는 걸까?’ 다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하나의 성과가 나오기까지 5년, 아니 10년 이상이 걸릴지 모르는 일을 매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과의 싸움이 지난하게 펼쳐지는 곳, 그곳이 실험실이었다.

“공학계열 석사과정 동료에게 ‘언제 가장 즐겁냐’고 물었더니 엑셀작업 같은 걸 끝냈을 때라고 하더라고요. 단순하지만 확실한 일을 해결했다는 기분이 드니까요. 매일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하는 연구에서는 즉각적으로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까 의미부여를 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밖에서 봤을 때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성공이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까 피로감이나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았던 거죠.”     

김 대표는 연구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고, 자산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성공한 기록이 아니면 쓸모가 없다는 인식이 커 보였던 것. 그는 과정 자체가 데이터가 되면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전 과정이 연구노트에 고스란히 남을 수 있도록 해보자.’ 그가 연구원들을 바라보던 시선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발상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카이스트 창업경진대회 1위 차지한 문과생 아이디어

창업경진대회 출전은 다소 가벼운 마음이었다. 석사 동기생 몇몇에 연구과정이 연구노트에 고스란히 남는 자신의 아이템을 설명했다. 블록체인 자체가 위변조가 불가능한 기록을 관리하는데 가장 적합한 기술이고 이를 지적재산권 보호에 활용해보자는 그의 제안에 공감한 석사 동기생 3명이 합류했다. 2명은 개발자, 김 대표를 포함한 2명은 사업기획과 투자유치 파트를 맡았다. 이 팀이 고스란히 레드윗 공동창업자가 됐다.     

“제가 문과생이다 보니 기술 쪽은 약할 수밖에 없잖아요? 엔지니어를 앉혀놓고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제가 문과 언어로 말하는 게 맞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김 대표 팀은 2019년 6월 카이스트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하고, 같은 해 8월 법인을 설립했다. 시작은 순조로워 보였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이노스타트업 육성사업에 선정, 시제품 개발비를 지원받아 서비스도 첫 출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처음에는 패드 버전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연구원들의 기록이 대개 아이패드 같은 데 저장돼 있을 걸로 생각해서다. 하지만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설문조사를 하면서 현실은 이와 반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면기록이 70%에 달했던 것. 수업에서는 최신기기를 사용하면서도 실험실에서는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수기로 기록하며 결과를 즉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서면기록을 전자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고 앱을 먼저 출시한 이유였다.     

반응은 냉랭했다. 사진 찍는 것 자체가 연구원들에게 이중의 일로 여겨졌기 때문. 반면 PC기록은 업로드가 부가적 업무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이란 걸 주목했다. PC버전을 출시하면서 사용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순천향대, 서울시립대가 구노 서비스를 전수 도입했고, 한국화학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 국가 R&D 과제를 수행하는 스타트업들도 이 서비스의 주요 고객이다. 서비스 출시 1년 6개월여가 지난 현재 고객사가 1,000여 개에 달한다. 매출도 1년 새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개발지원 사업 공식 전자연구노트

정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국가 R&D에 참여하는 연구자에게 연구노트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기업 간 기술적인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연구노트가 증거자료로 활용되며, 기술이전 시에도 법적 요건을 갖춘 연구노트가 필요하다. ‘구노’는 2021년 6월 중소개발지원 사업 공식 전자연구노트로 선정됐다. 개발단계부터 법적으로 대통령령에 있는 연구노트 법령을 모두 만족시키도록 설계한 덕분이다.      

‘구노’가 연구실에서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는 “따로 쓰지 마세요”라는 슬로건처럼 증빙을 위해 연구노트를 따로 작성할 필요가 없어서다. 기존 클라우드와 연동 또는 드래그 앤 드롭(끌어서 놓기)만으로도 연구노트가 만들어진다. 연구원들이 부가업무에 신경 쓸 필요 없이 R&D에만 집중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창업프로그램으로 설립된 해양 신재생에너지 스타트업인 케이베츠 류재용 책임연구원은 “수기 연구노트를 작성할 때는 그림, 수식 등의 메모를 작성해 옮기는 번거로움과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구노를 도입한 이후에는 사진으로 찍어 그대로 업로드만 하면 돼 편리하다”고 말했다.     

산·학·연 협력복합체 기관인 고등기술연구원(IAE) 장정희 연구원은 “연구결과 발생 시 업로드만으로 즉시 공신력 있는 전자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했고,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 치료제를 주력으로 연구하는 리제너스 오민영 연구원은 “작성날짜에 대한 신뢰성을 실현시켜주고 각 연구원이 어느 부분에 기여를 했고, 어느 정도 기여를 했는지 파악할 수 있어 연구 관리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편리하다”고 했다.


비즈니스 데이터 관리 서비스 국내외 동시 출시 준비

레드윗은 ‘구노’에 연구데이터가 일정량 이상 쌓이면 이를 사고팔거나 공유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특허를 취득하거나 돈이 될 때만 연구데이터를 자산으로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실패했거나 과정에 있는 데이터는 대부분 묻혀버립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실패했거나 과정 중인 데이터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때 데이터가 사고파는 단계가 되는 거죠. 레드윗이 데이터 중개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레드윗은 R&D데이터 인증서비스 ‘구노’에 이어 비즈니스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바솔트닥스(baSalt Docs)’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비즈니스 데이터를 보안설정을 통해 안전하게 외부로 공유하고, 내부에서 문서 접근에 대한 이력도 블록체인 기반으로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베타 버전을 출시해 한 달간 3,00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 서비스 중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서비스가 사용되는지, 사용자가 보호받고 싶어 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이 서비스가 왜 필요한지를 분석해 정식 버전에 담아낼 계획이죠. 국내와 해외 동시 출시를 통해 글로벌 Saas(Software-as-a-Service) 기업으로 거듭나고 합니다.”     

올해 창업 4주년을 넘긴 레드윗. 후배 창업자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하자 김 대표는 “단거리 달리기하듯 모든 걸 쏟아 부으며 정신없이 달려왔다”며 “돌이켜보면 창업은 마라톤”이라고 했다.     

“회사가 궤도에 올라서려면 7년 이상은 걸리고 그동안 매년 생존해야하고 성장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단거리 경기처럼 급하게 마음먹으면 금방 지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긴 호흡으로 창업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당장은 지속 가능한 회사, 생존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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