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트업디 Jun 08. 2023

‘눈 녹듯 사르르 녹는’ 유산균 시장의 게임체인저

[Startup:D] (주)노바락토 황용진 대표

유산균이 몸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유산균은 장을 건강하게 할뿐만 아니라 면역을 기르는데 도움이 돼 많은 사람이 애용한다. 면역세포의 70%가량이 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프로바이오틱스’란 단어가 유산균과 혼용되더니 ‘프리바이오틱스’, ‘신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까지 이름도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유산균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는 건데, 나온 순서에 따라 1·2·3·4세대 유산균이라고도 한다.

이 가운데 4세대 유산균인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장 기능, 항고혈압, 면역증진 건강기능식품에 쓰이는 기능성 신소재로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대전에 있다. 가루형태인데 입에 넣으면 눈처럼 차갑고 빨리 녹는 ‘프롬스노우’로 온라인 스토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노바락토다.


창업만 세 번째, 경영학도의 야심찬 도전

노바락토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황용진 대표가 세 번째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그는 13년 전 대학재학 중 스물다섯 나이에 처음 사업을 접했다. ‘대학생 창업’이란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다. 여가활동 플랫폼을 만들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업이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술집, 당구장, 영화관, PC방 등이 대학생들이 즐기는 거의 모든 거였어요. 그런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죠.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걸 찾아서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여가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아니어서 웹서비스 방식이었고요.”      

황 대표는 대학생들을 모집해 오전에는 스키강습을 하고 오후에는 술자리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소개팅으로 연결하거나 가족 간 ‘소통’을 주제로 아이들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팔기도 했다.      

매출이 나오긴 했지만 그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주변에서 사업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멘토도 없었다. 사업을 접은 이유였다. 그리고 구한 첫 번째 직장이 글로벌 제약사였다. 서른 살 무렵까지 3년간 근무하고 퇴사한 뒤 판교에서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 헬스케어 IoT(사물인터넷)가 사업아이템이었다.     

“운동을 워낙 즐기는데 유독 헬스와 달리기는 내키지 않았어요. 나도 좋아하지 않는 걸 좋아하게 되면 성공할 수 있지 않겠나 싶었죠. 그래서 동기 부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템을 선택한 겁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이론을 적용해 도전, 경쟁, 성취욕구 등을 헬스케어에 녹여내 게임처럼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사업이었다. 사용자가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도록 디바이스와 플랫폼도 고안했다. 하지만 창업 5년 차에 데스밸리(Death Valley)가 오면서 사업을 정리했다. 그 무렵 지인의 소개로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접했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대전에서 세 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2020년 1월 설립한 ㈜노바락토다.     

“사람이 살다 보면 문제점이 발견되고, 이를 해결해야 하잖아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공급하는 게 사업인 거고요. 제 아이템들이 아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창업의 연속이 된 것 같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비록 창업이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황 대표는 실전에서 내공을 쌓으며 사업가로서 체력을 키우고 있었다.


‘포스트바이오틱스’에서 가능성을 보다

유산균은 ‘사람에게 유익한 살아 있는 균’이다. 사람들이 유산균을 섭취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발효유, 즉 요거트다. 요거트는 원유를 살균한 뒤 몸에 좋은 젖산균과 비피더스균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유산균은 아니지만 사람에게 이로운 미생물도 있다. 이를 포괄하는 개념이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다. 둘 사이에는 미묘한 개념 차이가 있지만, 프로바이오틱스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게 유산균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산균이나 프로바이오틱스나 차이가 없는 셈이다.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당 성분을 빼고 유산균만 섭취할 수 있도록 분말이나 캡슐 형태의 제품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요거트가 식품이라면 이런 제품들은 건강기능식품의 영역에 해당한다. 시중에는 수많은 종류의 유산균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바이오틱스’란 단어에 ‘프리(Pre)’, ‘신(Syn)’ ‘포스트(Post)’ 등의 접두사가 붙어 혼란스럽기까지 할 정도.     

프로바이오틱스가 ‘살아 있는 유산균’이라면,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산균의 먹이(식이섬유)’다. 유산균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프로바이오틱스와 함께 섭취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신바이오틱스는 유산균과 유산균의 먹이를 함께 복용할 수 있도록 조합한 제품이다. 마지막으로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유산균이 먹이를 먹고 장내에서 활성화된 대사산물, 즉 죽은 균(사균체)이다. 죽은 균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니 무슨 말일까?

살아 있는 유산균은 제품 유통과정에서 일부가 사멸하고, 살아남은 것들도 위산이나 담즙에 의해 장에 도달하기도 전에 상당수가 사멸한다. 장내에서 증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죽은 균이지만, 생균이 장에서 활동하며 만들어내는 유익한 물질을 고농도로 압축한 것이어서 더 빠르고 직접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른바 신소재가 ‘기능성’을 명시할 수 있는 원료로 쓰이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A제약이 면역 관련해서 인허가를 받았다. 노바락토는 항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경도인지장애 중심으로 소재를 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항고혈압 소재는 지난 8월 임상(인체적용 실험) 단계에 돌입했다.      

“임상이 통상 1년 반쯤 걸리니까 올해 말쯤이면 항고혈압 소재에 대한 인허가를 신청할 수 있을 테죠. 원료등재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능성 원료를 개발한 뒤에는 이를 제품화하고자 하는 회사들을 상대로 B2B 영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도 기업경영도 투 트랙

노바락토는 연구개발기업이지만 제품 출시에도 적극적이다.       

“사실 기능성 소재 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매출을 일으켜야 연구개발도 선순환 되지 않겠어요? 회사 설립단계부터 연구 역량을 갖춘 분들이 합류했기 때문에 우리의 가치관과 방향성에 맞는 제품을 출시해 잇따라 시장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글로벌 제약회사에 다니면서 쌓은 경험을 제품 출시 과정에서 적극 녹여냈다. 건강의 가치는 물론 ‘가공적성’, 즉 소비자들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연구개발도 신소재 개발과 제조공법 투 트랙으로 진행했다.     

“제가 글로벌 제약회사에 다녔잖아요?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 영역인데 소비자들이 처음에는 시니컬하게 복용하다가 결국에는 중단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먹기 불편하다는 게 이유죠.”     

그렇게 나온 특허 공법이 ‘스노우멜팅(Snow Melting)’이다. 1초 만에 눈 녹듯 입안에서 사르르 녹고 차가운 식감을 만드는 기술이다. ‘건강한 하루를 책임지는 레시피’란 의미를 담은 노바락토만의 브랜드 ‘하루 레시피’를 내걸고 스노우멜팅 공법을 적용한 제품이 2021년 11월 출시 후 2022년 6월 리뉴얼한 ‘프롬스노우(From Snow) 1’과 ‘프롬스노우 3’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평점 5점이 대다수일 정도로 접해 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아이가 스스로 먹을 정도로 먹기 쉬운 특허공법

장 건강, 충치예방, 아토피 완화, 면역력 강화 등의 이유로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이 많다. 문제는 아이들이 섭취를 꺼린다는 것. 입안에서 잘 녹지 않고 분말을 입안에 머금는 게 싫어서다.      

‘프롬스노우 1’은 이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다.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버려 분말을 꺼리는 아이들이 쉽게 먹을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아연, 셀레늄, 비타민D 4중 복합기능성이다. 무설탕인데도 달콤한 맛은 천연향료 딸기를 첨가해서다. 유산균을 먹이려고 아이와 씨름하던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물 없이도 쉽게 녹아 어르신들도 좋아한다.     

‘프롬스노우 3’는 다이어트 보조용으로 출시된 건강기능식품이다.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합성되는 것을 억제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원료인 가르시니아 캄보지아(Garcinia Cambogia) 추출물이 주원료다.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B1·B2·B6·C, 판토텐산의 6중 복합기능성이다. 상큼한 레몬 맛이며, 역시 스노우멜팅 공법이 적용돼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다. ‘프롬스노우’에 1과 3이란 숫자가 붙은 이유는 각각 하루에 1포, 하루에 3포를 섭취하라는 의미다.     

 ‘스노우멜팅’ 공법의 효과는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경험한 사람은 없을 정도의 재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황 대표는 이런 장점을 어필하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니즈가 커진 싱가포르, 베트남, 중국, 두바이 등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 중이다.     

“예전에는 유산균의 정장기능에만 주목했지만, 점차 고혈압, 피부 등 많은 질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식품, 화장품, 치료제 등 소재로서의 유산균, 즉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시장이 부상하고 있는 거죠. 신소재로서 포스트바이오틱스의 파이프라인을 하나씩 추가해나가는 게 노바락토의 목표입니다.” 



✔ Startup:D 다시보기

작가의 이전글 마땅히 받을 돈은 빨리, 당연히 쓸 돈은 천천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