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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디 Jun 05. 2023

마땅히 받을 돈은 빨리, 당연히 쓸 돈은 천천히

[Startup:D] (주)얼리페이 장환성 대표

“월세, 식자재 대금, 인건비 등 목돈 나가는 날엔 한숨뿐이었는데, 이제 걱정이 없어요. 연체 없는 삶이 가능해졌거든요.”

“매출알림, 분석, 누락방지까지 해주니 너무 좋습니다. 새벽까지 매출장부 쓸 일이 없어져서 너무 편리해요.”     

한 벤처기업이 제공하는 선정산서비스가 인기다. 선정산서비스란 사업장에서 발생한 카드 매출이나 배달앱 매출을 다음 날 즉시 입금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현금 흐름이 중요한 자영업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이 서비스를 개발해 출시한 회사는 스타트업 ㈜얼리페이다.      

이 회사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세무노무컨설팅을 해주던 장환성 대표가 지난해 4월 설립했다. 어쩔 수없이 고정비는 지출해야 하는데 마땅히 입금돼야 할 정산이 늦어져 현금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쇼핑몰 셀러를 대상으로 한 선정산서비스는 있지만, 오프라인 점포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자영업자의 고충을 창업아이템으로

장 대표는 국내 대학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했다. 군 전역 후 어학연수는 다녀와야겠다 싶어 보험회사에서 텔레마케터(전화영업)로 1년간 일했다. 돈을 모아 캐나다로 떠났고 영어를 배우면서 여러 국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또래들과 소통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중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호텔경영을 졸업한 친구도 있었다. 그와 대화하면서 장 대표는 ‘호텔에서 근무하더라도 굳이 호텔경영을 공부할 필요는 없겠다’, ‘서비스업이 호텔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돌이켜보니 제가 애착이 있었던 건 호텔이 아니라 서비스업 그 자체였어요. 금융영역에서도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거죠. 필요한 보험서비스를 제공해드리면 고마워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가치를 느꼈었거든요. 보험업에서 실전경험을 쌓았으니 귀국했다가 금융전공으로 유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1년간 어학연수를 마친 그는 다시 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텔레마케터로 재입사했다. 1년이 조금 지나니 1억여 원의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성과만큼 버는 구조이다 보니 자신이 영업에 소질이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다니던 대학도 중퇴했다. 종로에서 자취하면서 토플시험을 준비했다.     

“유학 준비는 다 마쳤는데 정작 떠날 수 없었어요. 그때 제 나이가 스물일곱이었는데요,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유학 후 돌아올 때까지 비용과 시간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차라리 제대로 된 일,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영업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금융을 전공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도 고도화된 정보제공에 대한 갈증이 컸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선택한 직장이 세무노무법인이었다. 유학 대신 실전에서 내공을 쌓기 위해서다. 그의 고객은 소상공인이었다. 개인연금이나 퇴직금 개념이 없어 고민이 큰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보험·금융 상담이 포함된 종합컨설팅을 하는 일이었다. 3년 여간 전국의 다양한 업종, 다양한 매출구간 자영업자들을 만나 상담을 했다.      

이때 가장 많이 경험한 소상공인의 고충이 현금흐름에 대한 피로였다. 화폐가 유일한 지불수단인 시대에서는 팔린 만큼 현금이 자영업자의 손에 즉각 쥐어졌지만, 신용시대에는 조회, 승인, 매출전표 매입, 정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결재수단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매출발생부터 실제 입금받기까지 그 주기가 제각각이다. 가장 빠르면 이틀, 늦게는 14일까지 걸린다. 이런 고민이 가장 많은 집단이 요식업계였다. 신선도가 중요한 만큼 식자재의 회전율만큼 현금회전율이 빨라야하기 때문이다.


A to Z 로드맵 그려놓고 법인설립

자영업자가 매출발생 후 입금 받는 과정은, 첫째 점포에서 결재가 이뤄지면, 둘째 VAN(부가가치통신망) 단말기데이터로 매출데이터가 취합되고, 셋째 카드사로 그 정보가 넘어간 후, 넷째 카드사가 2~14일 후 자영업자의 통장에 정산한 금액을 입금해주는 구조다.      

장 대표의 창업아이템은 두 번째부터 마지막까지 과정을 단축하는 게 골자다. 매출정보를 확보해 자영업자에게 즉시 선정산해주고 나중에 카드사로부터 자동회수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영업자에게 먼저 입금해주고 카드사로부터 자금을 회수해줄 은행과의 제휴가 관건이었다.      

장 대표는 창업 직전 ‘펀다(FUNDA)’라는 P2P(Peer to Peer) 금융회사에서 플랫폼사업본부장으로 근무했다. 투자자를 모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해주는 형태의 자영업자 전문 대출업체다.     

그는 법인 설립 전부터 펀다에서 쌓은 네트워킹을 활용해 은행들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업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선뜻 제휴를 허락하는 곳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제안을 듣고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준 은행이 나타났다. BNK 경남은행이었다.      

창업아이템에 대해 은행과 어느 정도 교감을 이룬 장 대표는 2021년 4월 법인을 설립했다. 다양한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찾아봤고 그 가운데 신용보증기금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스타트업 네스트(Start-up NEST)’ 공모에 선정됐다. 이를 통해 보증서대출 4억 원과 사무공간을 지원받았고, 초기창업자 역량강화프로그램(엑셀러레이팅)도 이수했다.      

이어 창업핀텐크지원센터의 예비창업패키지사업에 선정돼 지난 3월 최우수로 졸업했다. 이를 통해 약 5,000만원의 운영자금을 가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KDB산업은행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정돼 은행권청년창업재단(d·camp)이 조성한 창업플랫폼 프론트1(Front1)에 입주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의 초기패키지사업에도 선정돼 7,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창업 직후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자금과 사무공간을 마련한 장 대표는 동시에 개발자 섭외에 나섰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또 한화손해보험과 서비스 구독자를 대상으로 음식물배상책임보험과 시설물배상책임보험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A부터 Z까지 아이디어를 어떻게 사업화할지 로드맵을 명확히 그리고 있던 터라 진행은 속전속결이었다. 1차 개발을 완료한 ‘베타’를 통해 주변에서 점포 다섯 곳을 구해 서비스를 테스트했다. 이를 통해 오류를 보완하고 자영업자들에게 완성도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알파’를 공식 론칭했다.


소상공인 현금압박 없는 세상을 위한 가치창업

‘얼리페이(early pay)’는 말 그대로 자영업자들의 발생매출을 빨리 입금해주는 서비스다. 2~14일까지 소요되는 소상공인의 복잡한 매출정산 주기를 단 하루로 앞당기는 게 핵심. 이는 중소기업 이상 규모의 사업자가 매출어음 변제일 이전에 현금을 조기 확보할 수 있는 매출채권 팩토링을 자영업자에게 서비스하는 셈이다.     

‘얼리페이’ 서비스 출시 이후 현재 서비스를 구독하는 가맹점은 200여 개다. 프랜차이즈나 배달앱을 운용하는 요식업들이 대부분인데, 놀랍게도 학원, 미용실, 카카오스크린골프장, 개인병원 등 서비스 구독업종이 다양화되고 있다.      

“저희가 약정 없이 한 달간 무료체험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체험 후 유료전환비율이 95% 이상입니다. 자영업자 분들에게 그만큼 유리한 서비스라는 방증이고요, 소상공인들이 가려워했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입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죠.”     

‘얼리페이’는 일단 구독료가 저렴하다. 커피 값보다 싼 하루 2,000원, 월 6만원(부가세별도) 꼴이다. 복잡한 카드매출 정산주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원활한 현금흐름에 대한 니즈가 있는 자영업자들이라면 부담 없이 이용할 만한 수준. 복잡한 서류나 창구 방문 없이 5분이면 가입할 수 있다.      

주말 포함 365일 정산이 가능하고, 매장 매출은 물론 모든 배달앱 매출까지 선정산해 주는데다 매일 매출 리포트를 알림톡으로 서비스해준다. 여기에 5만원 상당의 한화손해보험 2종(시설, 음식물)까지 무료로 지원해주니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서비스다.


선정산서비스는 시작, ‘소상공인 공급망 금융’ 혁신이 목표

국내 요식업 종사자는 70여만 명, 이중 배달앱을 이용하는 점포는 24만 여개다. ‘얼리페이’는 이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구독자를 늘려나가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선정산서비스는 시작에 불과하다. 소상공인 공급망 금융을 혁신하는 게 장 대표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     

“소상공인이 마땅히 받아야 할 매출금액은 빨리 입금 받고, 당연히 지출해야 할 인건비, 공과금, 식자재, 월세 등 고정비는 유연하게 해주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장 대표는 서비스를 구독하는 회원점포를 일정 수준 확보하면 가격 비교를 통해 더 좋은 품질의 식자재를 저렴하게 연계하는 식자재 중개, 회원점포의 매출 분석을 통한 매출증가 솔루션 제공, 급한 자금을 해결해주는 사업자 비상금 대출 등 부가서비스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시작으로 식자재도매업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얼리페이 플랫폼에 담으려는 목표를 차근차근 진행 중입니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한 ‘2022 사이언스 스타트업쇼’에 참가했을 때 대기업은 물론 다양한 상장사들이 여러 제안을 줄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죠. 무엇보다 우리 사업구조가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 도움을 주는 개념이어서 자부심이 큽니다. 진정한 서비스업체로 회사를 키워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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