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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디 Jun 03. 2023

실시간 조직진단 플랫폼,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Startup:D] (주)브이픽스메디칼 황경민 대표

그날의 만남이 새로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브이픽스메디칼의 시작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단연코 암이다. 1983년 사망원인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 심혈관질환, 3위 폐렴, 4위 뇌혈관질환을 모두 합해야만 1위와 비슷할 정도다. 국민건강 향상을 말하려면 암부터 극복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암 사망자의 90%는 전이 암에 의한 것이다. 1차 종양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건강검진의 일반화와 의학기술의 발달로 빨리만 발견하면 완전히 제거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1차 종양의 약 85%가 전이 암으로 발전한다는 데 있다.      

암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수술실에서는 암세포가 남아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조직을 병리실로 보내 조직검사를 의뢰한다. 진단 결과에 따라 추가수술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샘플을 보낸 뒤 진단결과를 얻기까지 대기시간이 30~40분, 길게는 한 시간까지 소요된다는 점이다. 수술 도중 이런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될 수 있다.     

조직검사를 간소화할 수 없을까? 수술실과 병리실을 연결하는 원격 병리시스템을 갖추면 의사결정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을 텐데…. 이런 가설은 의료현장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한 해결은 공학적인 접근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16년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고려대 신경외과 강신혁 교수가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의 연구실을 찾았다. 박사과정 1년차였던 황경민 학생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 대학원생은 지도교수인 정기훈 박사의 원천기술을 토대로 조직검사 진단시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초소형 광학현미경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이날의 만남이 새로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브이픽스메디칼의 시작이었다.     

“내시경에 탑재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현미경을 만드는 게 연구목표였어요. 일주일 걸리는 조직검사를 1초 만에 진단할 수 있는 미세현미경이죠. 그때 공동창업자인 강신혁 교수님께서 이 기술이 내시경뿐만 아니라 수술실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며 사업화를 제안하신 겁니다.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2016년 12월 회사를 설립하고 9시에 출근해 자정까지 연구하는 일상이 시작된 거죠.”

㈜브이픽스메디칼은 의료현장에서 제기된 가설을 현실로 만든 기업

창업은 했지만 준비과정은 별 다른 게 없었다. 사무실도 직원도 없는 1인 기업. 기술이 암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꿈과 비전만 있었을 뿐이다.      

정기훈 교수의 원천기술은 조직세포를 레이저로 스캐닝하는 기술(Fiber Laser Scannng Technology)이다. 레이저로 스캔한 세포가 내보내는 시그널을 이미지화하는 기술인데, 레이저를 움직이는 스캐너가 이 현미경의 핵심이다. 이 스캐너를 아주 작게 만드는 기술을 완성하는 게 관건.      

수술실 의사가 펜처럼 손에 쥘 수 있는 초소형 현미경을 활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의사는 조직을 떼어내지 않고도 의심환부에 이 도구를 접촉하기만 하면 된다. 병리실 의사와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종양의 위치를 파악하고 어느 부분을 잘라내야 하는지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실시간 수술판독 기술인 셈이다.     

㈜브이픽스메디칼은 의료현장에서 제기된 가설을 현실로 만들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긴급조직검사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초소형 현미경 ‘씨셀(cCeLL)’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 창사 5주년 만인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아기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됐고, 올해에는 대전시가 ‘D-유니콘’으로 발굴했다. 그 과정에서 ‘드림벤처스타(DVS)’, ‘청년창업-원(ONE)’ 등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의 다양한 입주기업 지원을 받았다.      

‘씨셀(see Cell with Lissajous Laser scanning)’은 광학현미경을 아주 작게 만든 핸드헬드(handheld) 타입의 현미경이다. 기존의 조직검사가 절편 모양으로 샘플을 만드는 준비과정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씨쎌’만 있으면 이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접촉만으로, 단 0.1초 만에 현미경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실시간 조직 이미징 기술은 수술 중이나 수술 전 빠르게 조직에 대한 진단이 필요할 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방식의 조직검사 의료기기를 출시한 회사는 몇 곳 있지만, 조직검사 시간과 과정을 우리만큼 단축한 기업은 어디에도 없죠. 조직검사 간소화는 환자의 생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술 중 빠르고 간편하게 조직검사가 진행된다면 의사는 진단결과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그만큼 환자는 위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겁니다. 특히 이미지는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되기 때문에 원격 병리, 디지털 병리, 인공지능(AI) 기술 등과의 결합 및 확장이 가능합니다.”     

‘씨셀’은 헬스케어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글로벌 경쟁제품들은 대부분 ‘씨셀’보다 크거나 해상도가 낮아서다. 이미지 획득 속도가 느리다 보니 호흡이나 심장 박동 등에 의해 영향을 받기 쉽고, 이 때문에 노이즈가 발생하기도 한다. 경쟁제품들이 피부과, 내시경, 뇌수술 등 적용분야가 국한되는 까닭이다.        

‘씨셀’은 세계의 어느 기업도 적용하지 않고 있는 ‘리사주 스캐닝’을 통해 고속으로 조직을 스캔할 수 있고, 초소형화를 통해 다양한 의료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 기술 모방을 막기 위해 핵심기술에 대한 국내외 지식재산권도 획득했다. 기술특허 27건, 디자인 특허 8건, 상표 9개 등이다.

2020년 황 대표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미만 30인 리더’에 선정

브이픽스메디칼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은 2020년 황 대표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미만 30인 리더’에 선정되면서 입증됐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이 과학기술계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대한민국 여성과학기술인들을 소개하는 ‘쉬디드잇(She did it) 캠페인’에도 선정돼 후배창업자들에게 자신의 영감과 비전을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이 캠페인의 사회자로도 참여했다.     

실시간 생체검사 진단 플랫폼 ‘시쎌’을 통해 암재발률을 낮추고, 수술실과 모든 병리실을 연결하는 원격 병리시스템을 확립한다는 브이픽스메디칼의 꿈과 비전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10월 서울무역전시관(SETEC)에서 열린 제22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ITS 2021)에서 ‘K-혁신기업 어워드’ 우수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브이픽스메디칼의 ‘씨셀’은 환자로부터 떼어낸 체외조직을 촬영하는 체외진단의료기기와 환자조직을 떼지 않고 직접 접촉해 촬영하는 체내진단의료기기로 나뉜다. 체외진단용 의료기기는 현재 국내외 인허가를 모두 완료한 상태. 의료기기 제품은 국내 인허가 마무리단계다. 최근 해당 등급 및 품목의 의료기기를 제조할 수 있는 국내 GMP(우수 품질 제조·관리 기준)도 획득했다. 내년부터 출시될 예정.

2023년 FDA(미국연방식품의약국) 승인과 2024년 말 코스닥 상장이 목표

고난도에 속하는 체내기기는 제조품질 시험에 대한 인허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브이픽스메디칼은 향후 3년간은 뇌종양과 전립선암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고려대 안암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시작해 신의료기술 평가를 위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 인허가 절차와 함께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올해 FDA(미국연방식품의약국)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 말 코스닥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실시간 조직진단 플랫폼을 통해 환자와 의료진, 병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제안한 기업은 없었습니다. 기존의 조직병리 한계를 넘어서는 디지털 생체검사 분야를 선도하는 유니콘으로 성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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