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천관문학관
- https://www.jangheung.go.kr/tour/attractions/exhibit_hall?idx=12&mode=view
관람시간: 동절기 - 09:00 ~ 17:00 / 하절기 - 09:00 ~ 18:00
관람료: 무료
휴관일: 매주 월요일
문의전화: 061) 860-6927
모터사이클 전국 문학관 투어 열두 번째, 천관문학관이다.
전남 장흥군에 위치한 천관문학관은 '천관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천관'이 어떤 '작가의 호'일거라 생각하고 검색을 했는데, 천관산에 위치한 문학관이어서 '천관문학관'인 듯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천관 문학관에 대한 내용이다.
천관산 기슭에 위치한 천관문학관에는 소설 <녹두장군>의 송기숙, 아동문학가 김녹촌, 차기 노벨문학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이승우까지, 장흥 출신 작가들의 전시물이 전시실 벽면을 가득 채운다. 또한 우리나라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이청준과 한승원 두 작가의 자료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두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비교하며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흥 출신 작가들을 소개하는 문학관이라고 정리하면 될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인 '이청준' 그리고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그리고 '한강'의 자료도 전시되어 있다는 블로그의 글을 보고 약간 기대를 안고 방문했다.
산세가 좋은 곳이었다. 깊은 산속에 온 듯 온통 계곡의 물소리가 가득했고, 천관산 '문학공원' 초입부 계곡이 정비 중인 듯했는데 완성되면 더 좋아질 것 같았다. 계곡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검색해 보면, ‘천관산 문학공원’은 정말 좋은 산책 코스인 것 같았다. 나는 문학관만 보고 나왔지만, 문학관 뒤편으로 이어지는 '문학공원'도 함께 봐야 한다. 천관문학관은 천관산 문학공원과 함께 어우러질 때 진가가 드러난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이 보인다. 층별 안내를 보면 제1전시실은 '기획전실', 제2전시실은 '장흥작가 홍보실'로 안내되어 있다.
입구 오른쪽으로는 사무실과 '장흥문학 전시홀'이 있어, 장흥출신 작가들의 책이 전시되어 있다. 한강 작가의 책도 전시되어 있었다.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하고 나왔는데, 장흥문학 전시홀 안쪽으로 큰 마루처럼 꾸며 놓은 북카페 형태의 공간이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위의 오른쪽 사진의 작가별로 전시되어 있는 책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고, 북카페 안 책장에는 더 많은 책들이 꽂혀있다.
제1전시실은 기획전시로 '문학지도'를 전시해 두고 있었다. 작가별로 생가, 문학 속 배경이 된 곳들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전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문학관 안내 소책자의 첫 장에 있는 '전국최초 유일 문학관강 기행특구 장흥군'이라는 문구에서 짐작해 보면, 아마 장흥의 문학 기행을 위해 문학지도를 만들고 이를 전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전시실의 전체 공간을 찍어두지 못했다. 아직도 관람한 것들을 남기는 것에 익숙지 않아 감상만 하고 돌아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ㅠㅠ
어쨌든 제1전시실은 넓은 공간에 문학지도를 하나씩 띄엄띄엄 하나씩 걸어 두어서, 여백이 너무 많아 보였다. 넓은 공간이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 지도를 전시만 할 것이 이나라, 관광안내지도처럼 책자화 해서 나눠주면 문학 기행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는 전시였다.
제2전시실은 장흥 출신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곳으로 들어서면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제2전시실에 들어서면 누구나 놀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장흥 출신의 문학가들이 정말 많다는 점이다. 등단한 작가만 60명 가까이 되는 듯했다. 고흥을. '한국 문학의 본향‘, '문림의 고장'이라고 일컫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사문학의 효시 백광홍은 그 유명한 최초의 기행가사인 '관서별곡'의 저자이다. 또 현대 문학에서도 소설 '눈길', '서편제', '선학동 나그네', ' 이어도'의 이청준, 최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불의 딸'의 한승원도 모두 장흥 출진이고, 대하소설 '녹두장군'의 송기숙도 그러하다.
시조 미학의 혁명가로 불리는 '김제현'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시조의 형식적 변주가 남다른 매력을 가진 작가였다. 이 많은 작가들이 모두 한자리 차지하며 크고 작은 비중으로 제 각각 소개되어 있었다. 이들에 대한 소개와 전시는 문학관 내부 전시실에서 끝나지 않고 천관산 문학공원으로 이어진다. 천관산 문학공원에는 큰 바위에 작가들의 문학비를 세우고 그 앞에 친필 문장을 푯말로 세워 길 따라 전시되어 있다. 좋은 문장들이 많아 보였는데, 가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
암록색 무당개구리
우물 안에서 산다
바깥세상 나가봐야
패대기쳐져 죽을 목숨
온전히 보존키 위해
우물 안에서 산다
짝 짓고 알 슬기에
깊고 넉넉한 공간
이따금 두레박 소리에
잠을 설치고
별들의 전갈을 기다리며
눈이 붓도록 운다.
- 김제현, [우물안 개구리]
김제현의 이 시가 어떻게 시조일까? 낯선 형태에 고개를 갸웃했다가 곧 감탄하게 된다. 시조의 중요한 형식적 특성인 3장 6구의 형식을 잘 갖추고 있다. 음보와 음수율도 가벼운 변주 속에서 지켜내고 있으면서 행과 연의 파격적 진행은 새로운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그의 실험적인 형식에 대해 '시조 고유의 정제미를 유지하면서 공간미에 따라 행과 연을 결정하는 진보적 혁신'을 보여주는 '시조 미학의 혁명'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이청준의 소설은 영화로도 많이 제작되었다. 그 유명한 영화 '서편제', '축제' 그리고 '천년학'이 그의 소설이다. 그리고 '밀양'이라는 영화는 정말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고, 늘 주변에 추천하는 영화 중 하나인데 이 영화의 원작이 또 이청준의 소설 '벌레 이야기'라는 사실도 여기서 알게 되었다.
한승연은 상당히 유명한 작가이지만, 그의 작품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한 편만 읽었던 것 같다. 아는 작품이 이 작품 하나였고, 영화로도 봤었는데 오래전이라 내용도 기억나질 않는다. 좀 더 많이 읽고, 읽은 내용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관을 다니면서 요즘 계속 느끼고 있다. “읽자, 그리고 적어두자.” 하지만 늘 그렇듯이 생각만 하고 있다. ㅎㅎㅎ
그리고 노벨 문학상의 세계적인 작가 '한강', 그는 장흥으로의 문학기행 붐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래서 천관문학관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일 것이다. 작년에 이미 한강 작가의 전시 코너가 마련되었다고 한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을 해마다 사서 읽는데, 2005년 몽고반점을 읽고 처음 '한강'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는데, 그의 문장과 그 문장이 그려내는 수많은 감정들은 날카롭게 마음속에 들어와 자리 잡았다. 그 어느 소설보다 깊게 들어왔다. 그래서 '소년이 온다'는 차마 읽기 못했다. 작년 '소년이 온다.'를 펼쳤지만, 그 아픈 감정들을 받아들일 용기도 없었고, 나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소설 중반도 가지 못하고 덮었다. 결국 아마 소년이 온다는 한동안은 읽지 못할 것 같다.
비록 나는 여전히 그의 작품을 읽지 못하지만 너무나도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 앞에서 서서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2층은 게스트룸과 여러 다른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관람 공간이 아니어서 올라가 보지는 않았다. 천관문학관에는 많은 작가들이 소개되어 있다 보니, 많은 작가들의 정보가 상당히 요약, 압축되어 있었다. 그래서 천관문학관은 문학관 뒤로 이어지는 문학공원과 함께할 때 진가가 드러날 것 같다.
문학관 하나만 보기 위해 천문문학관에 방문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순천문학관이나 목포문학관처럼, 문학관 내부에 '이청준관', '한승원관' 같이 별도로 구성하면 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천관문학관을 둘러보면서 든 생각은 특정 작가들을 위한 문학관이 아니다. 천관문학관은 고흥의 '문림' 중심이자, 고흥 '문학 기행'을 위한 출발지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문학공원을 걸어 볼까 잠시 생각했지만, 4시 넘어서야 문학관 도착했고, 관람이 끝나자 5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야영장까지 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무엇보다 장거리 주행 후 피곤하기도 했고, 가벼운 산행이지만 길을 오르기에는 바이크 신발이 불편하기도 했다.
한강의 노벨상 이후 많은 사람들이 장흥을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장흥에서 이청준 생가와 터를 매입해 이청준 문학관을 건립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청준 문학관이 세워지면 그때 다시 방문하게 될 것 같다. 그때 문학공원과 함께 천관문학관을 다시 찾으리라 생각해 본다.
한 줄 느낌
- 천관문학관은 내부의 전시실과 문학관 외부의 '천관 문학공원'까지가 하나의 문학관이다.
한 줄 평
- '한국문학의 본향을 지향'하는 장흥의 자부심이 담긴 문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