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관점으로 집요하게 파헤친 뉴진스 안무의 근본.
최근 TV에서 K팝 안무를 보면
대단합니다.
멋있고 굉장하고 다 좋습니다.
재능 있는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멋진 춤과 안무
하지만, 뭔가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아이돌들의 90년대 곡 커버
외국인들의 K팝 커버 댄스
개인적으로는 이런 영상을 볼 때마다 느끼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아재 꼰대이기 때문에 느끼는 아쉬움일 것 같습니다만.
아이돌들의 연말 특별무대에서 가끔 보여주는 90년대 커버댄스 무대
분명히, 세련되었고 정교하지만 가볍습니다만 뭔가가 허전한 느낌이 듭니다.
오리지널에서 느꼈던 날 것의 느낌이 거세된 느낌?
유튜브에서 탑골 인기 가요를 찾아보니, 지금 아이돌들처럼 잘 짜인 칼 군무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스우파, 스맨파에 나오는 댄서들처럼 춤의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은 것도 아닙니다.
지금 관점으로는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짧은 연습 기간을 거쳐 당시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마치 월드 스타가 된 듯보여주는 무대 위에서 설렁설렁하고 오만한 자신감.
아마도 지금 오디션 프로에 나오면 탈락이 뻔합니다. 또한 태도논란.
실제로 당시 90년대 초 중반 댄스가수들, 대부분이 크고 작은 사건, 송사, 구설수에 얽혔죠.
뭔가 지금 아이돌에게서 찾을 수 없는 매력이긴 합니다.
양식산 도미와 자연산 우럭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 90년대 초중반 가수들은 자연산 우럭보다는 야생 멧돼지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저 정도의 날것의 매력은, "양날의 검" 수준의 선택가능한 옵션의 매력이 아닙니다.
요즘 아이돌이 매력으로 장착하기에는, 너무 위험도가 높아서 저걸 택하는 것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욕심 정도가 아닙니다. 토끼도 잡고 멧돼지도 잡겠다는 지나친 욕심입니다?
아.. 이제는 너무나 멀리 온 건가? 하는 아쉬운 생각
외국인들의 K팝 퍼포먼스도 볼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외국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오디션도 많아졌고.
이제 K팝은 세계인의 음악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대단한 일이죠.
격세지감이라는 생각에 감개무량할 즈음..
이런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외국인들의 K팝 오디션이나, 길거리 K팝 커버 댄스 장면을 볼 때면....
왠지.. 완벽하게 잘하는데 도, 뭔가 위화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갓 쓰고 자전거 타는 느낌?이랄까....
뭔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 듭니다.
우리말 가사 노래 문제가 아닌 춤과 퍼포먼스 스타일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와 가까운 문화권이 아닐수록 이 위화감은 커집니다.
인종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문화적 베이스의 차이에 기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물론 우리의 독창적인 문화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과연 이것 만으로 좋은 것인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JYP나 하이브 같은 기획사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더군요.
포스트 K팝
한국인이 없는 K팝.
하지만, 저는 외국인 K팝 지망생, 댄스 커버 팀 입장에서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위화감을 느꼈다고 생각하는, 외국인 K팝 지망생, 댄스 커버 팀은 분명 엄청난 K팝 팬일 것입니다.
그들은 K팝에 대한 어마어마한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사람 모두가 K팝을 이해하고 응원해 주는 것만은 아니겠죠.
K팝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사람들은, K팝 팬들은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했을 것 같습니다.
"쟤는 내가 알 수 없는 음악, 알 수 없는 춤, 알 수 없는 패션을 즐기는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소위 "해외 K팝 팬'아싸', '찐따' 설"과 맥락을 같이 하는 이야기겠습니다만.
모든 초기 문화의 선구자들은 아싸들이기도 했고, 물론 그런 문제는 편견을 가진 사람이 문제인 것일 뿐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겨도 될 문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뮤직뱅크 5.24일 How Sweet 첫 무대 퍼포먼스
https://www.youtube.com/watch?v=pxMhfO-0VXk
저 방송을 보던 날 남겼던 감상문을 정리해 봤습니다.
무대영상을 처음보고 저는 뉴진스의 안무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기상천외한 안무여서는 아니고,
작년, 맥도날드 광고를 봤을 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이 기억납니다.
올드스쿨 힙합댄스를 뉴진스 느낌으로 표현한 것이 좋았는데,
(잘은 모르지만) 힙합 댄스 동작 기본기가 굉장히 충실하고
멤버들의 코어근육과 운동능력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How Sweet 안무는 그때 보여줬던 광고 댄스의 실전안무판으로 느껴졌습니다.
굉장히 잘 추는데 또 한편으로는 풋풋해 보입니다
걸스-힙합 장르라면, 허니제이 같은 전문 프로댄서가 이끄는 홀리뱅, 울플로 같은 힙합전문 크루에 비하겠습니까?
무대를 보고 나니, 무대를 보기 전 음악만 들었을 때, 느긋하고 여유 있게 느껴졌던 음악은 이런 안무 때문이었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음반에 수록된, 인스트루먼트 트랙을 들으면 더 확실한데, how sweet의 비트는 일종의 댄스 동아리용 길거리 버스킹이나 연습용 반주 같습니다. 20년 전 지하철 역에서 반주를 틀어놓고 자유롭게 춤추던 청소년 춤꾼들이 들었을 법한 비트. 지금처럼 춤을 학원에서 배우던 시절 이전.
How sweet 무대 감상 결론
How sweet은 (최근 화제가 된 농촌지역 여중생 밴드처럼) 전국 여중고생들의 어설픈 커버버전이 가 보고 싶은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텔미 때처럼 여러 버전의 다양한 댄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시점 (2024.6.7)에서는
제 예상과 다르게, 이 곡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논할 정도로 국내에서는 반응이 애매해 보입니다. 물론 방송 1위를 차지하고 좋은 판매량을 보였지만, 기존 음반의 성공에 비해서 미미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특히 이 How Sweet에 대해서는 저는 대박을 예감했는데, 가족들이나 보통사람의 반응은 냉정히 봤을 때 그저 그렇다는 느낌입니다. 저만 좋아하는 느낌?
그런데 이 곡은 엉뚱한 데서 반응이 오고 있습니다.
프로유명 댄서들이 이 곡을 챌린지, 또는 커버를 유독 많이 하고 있습니다
스우파 출연자들(제가 언급했던 울플러도 커버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생각했던, 10대들은 춤과 음악이 어렵다는 반응이고.. 오히려, 20년 전 10대였던 댄서들이 반응을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XKPHG-MB5wY
https://www.youtube.com/shorts/xTm7TAM5X8o
https://www.youtube.com/watch?v=xrjhQdmJuEw
그리고 제가 기대했던 한국 중고생들의 커버 러시 같은 것은 없었지만,
대신 각국 K팝 댄스크루들이 누가 제일 먼저 커버를 올리는 가에 대한 경쟁이 있었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각국 1등 팀들이 등장했습니다.
거의 발표 24시간 정도만에 나온 듯한 팀.
편집 시간까지 생각해 보면, 안무 영상이 나오자마자, 대기하고 커버를 준비한 듯합니다.
물론, K팝 댄스의 커버야 다른 그룹도 흔한 일이니, 특별할 것이 없지만, 제가 주목한 , how sweet 커버 댄스의 특징은
백인이던 흑인이던, 동양인이던, 팔이 길던 짧건 문제 되지 않습니다.
올드스쿨 힙합에 기반을 둔, 음악, 안무 패션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던 90년대 유행하던 올드스쿨 (힙합) 댄스와 패션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현재의 코드만 글로벌 코드가 아닙니다. 과거의 코드 또한 글로벌 코드인 것입니다.
90년대 올드스쿨댄스는 전 세계 모든 대중음악의 댄스에 스며들어 이른바"기본 동작"이 되었습니다.
오리지널 K팝의 안무보다도 , 이쪽이 저들이 더 따라 하기 좋을 수도 있습니다.
기본 동작을 응용해서 짜인 안무이니, 정해진 아무 틀 그대로 따라 하지 않아도 뉴진스의 How Sweet의 커버는 가능합니다.
만들기 힘든 K팝 아티스트 의상을 제작하여 코스프레를 하지 않아도, 집에 있던 큰 옷을 입으면 됩니다. 예전에도 다 그렇게 입기 시작했거든요. 엄마 아빠가 90년대에 입던 옷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걸쳐 입어도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tw4wFyEVo
https://www.youtube.com/watch?v=QNDbAlZcuWQ
https://youtu.be/M-uJB_e49Mo?si=_XBGY67iS3A94dZO
https://www.youtube.com/watch?v=KsBHxrLsZaM&t=143s
https://www.youtube.com/watch?v=BEwOAB2mRPI
https://www.youtube.com/watch?v=6CyUwj7o5ao
글로벌 텔미열풍? 의미 있지만 실패한 전략?
How Sweet의 훌륭한 점 은
이 90s 올드스쿨 댄스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살려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국내에서는 아직 반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이 전략이 먹힐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이 전략이 먹히려면, 저 각국의 커버를 보고 영감을 받은 2차 3차 어설픈 커버가 있어야 합니다.
마치 90년대 고등학교 축제를 듀스 워너비들이 점령하고,
2008년에 수많은 버전의 텔미 커버 영상이 제작되었듯
해외 10대들이 뉴진스의 음악과 춤을 통해 전통문화(?)의 재미에 눈을 떠야 가능합니다.
해내기 힘든 일이죠.
의도는 좋았지만, 좋은 시도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How Sweet의 특별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90년대 올드스쿨 댄스가 왜 특별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How sweet의 비트이야기처럼 꽤나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참고(지난 글) : How sweet의 비트이야기
https://brunch.co.kr/@dcd23620248b49e/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