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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Jul 14. 2021

삼십 분의 단잠, 14만 원입니다

모든 것은 나의 탓

나는 그래도 너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었다.


피곤한 날이 지속되었다.


반차를 내고 단잠에 빠졌을 때 동생이 비명을 질렀다.


눈을 번쩍 떴을 때, 동생은 하얀 작은 막대기를 들고 소리쳤다.


이거 어쩌냐!


잠결이라 나는 동생의 손에 든 작은 막대를 초점 없이 보았다. 한참만에 그것이 애플 펜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중고나라에서 14만 원, 미개봉으로 샀던 내 애플 펜슬이 정말 야무지게 씹혀 있었다.


우리 아가가 젊은 혈기로 위아래 아주 힘차게도 씹었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신히 삽입한 펜촉은 역시 예상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래, 펜슬을 사용하고 바닥에 내려둔 내 잘못이 크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그대는 잘못이 없소.


나의 탓이오.


삼십 분 단잠 가격은 14만 원이었다.


아주 비싼 단잠을 잤더랬습니다(어쩐지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라).



신청곡 ㅡ 성시경, 너는 나의 봄이다.


어쩌자고 난 널 내려놨을까
네 곁에 있고 싶다 아파도, 너의 곁에 잠들고 싶다.


이제 보니 우리 아가 치아 배열이 아주 엉망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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