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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Jul 20. 2021

납량특집 2화

가위에 눌렸다

나는 평소 가위에 잘 눌렸다.


매일 밤 가위에 눌려 두려움에 베개 아래 성경책도 놓아보고,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었다.


우리 자매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줄곧 한 방에서 자고는 했다.


수다를 떨다 잠이 들기 때문에 늘 같이 잤다. 지금도 다 같이 자는 게 편하다.


그날도 늘 그랬듯이 수다를 떨다 넷이 함께 잠들었다.


3번(나)과 4번은 바닥에,  2번과 5번은 침대에서 잤다.


잠이 들었는데 말 그대로 입질이 왔다.


아, 곧 가위에 눌리겠구나.


그때 나는 가위가 잘 안 풀렸다. 그래서 내가 고안한 방법은 숨을 거칠게 쉬기로 했다. 그러면 옆에서 자는 잠귀 밝은 누군가가 내 숨소리를 듣고 깨워 주기 때문이다.


가위에 눌렸고 예상처럼 가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나는 숨을 거칠게 쉬었다.


곧바로 4번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언니, 일어나!


나는 잠이 깨었다.


고마워, 진짜 무서웠어.


그리고 4번에게 가위에 눌린 이야기를 상세히 해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침대에서 기척이 들렸다.


잠이 깬 5번이 다급하게 말했다.


언니, 나 가위눌렸어.


가위눌렸다고?


언니가 가위눌렸다고 무섭다는 말을 내가 잠결에 들었는데 느낌이 오더라고. 저 가위가 나한테로 오겠구나. 침대로 무엇인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고 나 바로 가위눌렸어. 너무 무서워.


우리는 나란히 셋이 누워 손을 꼭 잡고 잠들었다(2번은 홀로 침대에서 잘 잤다).


아, 정말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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