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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Sep 23. 2021

어쩌다 기부

네 번째 머리카락 기부

키는 안 자라도 머리카락은 잘 자랐다.


그리고 염색 머리보다는 검은 머리가 잘 어울린다고들 하더라.


그래서 미용실은 잘 가지 않았다(귀가 굉장히 얇다).


머리카락이 무거워 컷이나 하러 미용실에 가고는 했었다.


직모라 매직이나 펌은 하지 않았고 가끔 앞머리 펌만 하러 갔었다.


묶기 편하게 잘라주세요.


이 말이 내가 미용실에서 하는 전부다.


그러다 머리카락 기부를 알게 되었다.


소아암 아이들을 돕는다고 했다. 내가 기부한 머리카락이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되어준다고 했다.


미용실을 가지 않기에 내 머리카락은 건강했고 기부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유전자 덕분에 머리숱도 많은 편이었다.


긴 생머리를 고수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단발이나 숏컷을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십 센티 이상을 기부하려면 나는 1년 5개월가량이 걸린다.


약 17개월이 지나면 머리끈과 줄자, 머리카락을 담을 비닐을 준비해야 했다.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고무밴드는 머리카락이 엉키고 당겨져서 아플 때가 있거든.


그럼에도 헤어디자이너 선생님께서 말없이 노란 고무줄을 꺼내시면 말없이 보기만 한다.


제가 가져온 고무줄로 해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까탈스러워 보여 괜히 미운털 박힐까 봐 말하지 못한다.


예쁘지도 않은 얼굴 그럼에도 잘 보여서 조금이라도 잘 자르고 싶거든 ㅋㅋ


내일은 우체국에 가서 머리카락을 보낼 예정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그리고 새치가 하나씩 올라오는 지금 나는 부지런히 기부하고 싶다.


내가 얼마나 기부를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흰머리 때문에 기부에 지장이 되지 않는 그날까지 끝까지 기부를 하고 싶다.


10회까지만이라도 기부하고 싶소만.


(내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라면 8.5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만)



기부하려고 자른 머리카락을 사진으로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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