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자매 Oct 01. 2021

기억_가방


가방에 관한 기억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지퍼가 항상 말썽인 내 가방, 어느 날 엄마가 동네 언니가 안 쓴다고 줬다며 나에게 가방을 하나 건네주었다.


낡았지만 제법 쓸만했다.


복조리 형태의 가방이었는데 색은 바랬지만 떨어진 곳 없이 괜찮았다.


그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


어느 날 내 가방을 준 언니와 만났는데


어, 내 가방이다.


그 말에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보았다.


그래서 나는 졸업할 때까지 메고 다닌 그 가방이 싫었다.


하지만 그 가방 외에는 다른 가방이 없었기에 메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다들 내 가방만 보는 것만 같아 땅만 보고 걸었다.



또 하나의 기억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학원에 좋아하던 남자애가 있었다.


큰언니가 취업을 나가면서 나에게 학원비를 지원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학원에 다녔는데 그때 한 학년 아래의 남학생을 짝사랑했었다(짝사랑이 일상이었지).


그 남학생이랑 장난을 잘 쳤는데 하루는 과자로 장난을 쳤다.


먹으라고 줬는데 안 먹는다 먹는다 하면서 서로 장난을 쳤더랬다.


그러다 화장실을 갔다가 내 자리로 돌아왔는데 가방이 조금 열려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남학생이 내 가방에 장난치던 과자를 넣어놨었고


고장 난 지퍼가 미처 잠기지 못해 열려 있었던 것이다.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내 가난이 들통난 것만 같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 남학생은 가방 지퍼 관심도 없었을 텐데 나는 그게 못내 창피했다.


나는 언니에게 받은 학원비로 가방을 사고(아직도 기억해, 아식스 빨간 가방)


원장님께 양해를 구해 학원비를 후불로 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가방을 메고 어찌나 행복하던지.


사소함에 행복했고 사소함에 서글펐던 학창 시절.


그게 뭐라고.


근데 나에게 뭐였다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기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