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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Dec 06. 2021

나를 한 권의 책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별일 없었으면 재미없잖아


유독 고되고 힘든 날이 있다.


왜 쉴 틈 없이 힘드냐고 한탄했다.



그러다 갑자기 드는 마음


너를 한 권을 책이라 생각해봐.


이런 생각과 함께 뭔지 이해할 수 없는 끄덕임.


그렇네, 평탄하면 재미없잖아.


이쯤에서 사건이 일어나야 재미있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내 책은 아주 구성이 탄탄하네, 아주 지루할 틈이 없어.


주인공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책이 쓰일 리 없잖아.


주인공에게 아무 사건도 없다면 드라마가 방영될 리 없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산책을 하다 동생을 보며 말했다.


트루먼 쇼처럼 저 태양 혹시 조명 아닐까?


저 끝에 문이 있어서 내가 손잡이를 열면 진짜 세상이 펼쳐지는 건 아닐까?


너 혹시 내 동생 아니고 연기자 아니니? 그렇다면 너는 깐느를 가야 해!


그렇게 웃으면서 하루가 지났다.


그래서 나는 즐겨주기로 했다.


어쨌든 나는 주인공인 거잖아.


주인공답게 즐겨주겠어.


또 울 날이 온다면 그래, 지금은 슬픈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고 나는 충실하게 울어주면 된다(살짝 눈 떠보면 급하게 숨는 제작진이 보였으면 좋겠소만ㅎ).


또 극이 코미디로 간다면 나는 자연스럽게 웃어주면 된다.


준비됐다, 내가 즐겨줄 테니 얼마든지 덤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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