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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Dec 22. 2021

화장실에서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었다.


화장실을 들어가려고 서 있는데


안에 사람이 있어 잠시 대기.


잠시 뒤 문이 열리고


김밥 냄새가 훅.


쓰레기통에는 구겨진 쿠킹호일.


이제 스물은 되었을까


앳되어 보이던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의 얼굴.


창피했는지 붉게 달아오르던 그 얼굴이 오래도록 남았다.



예전 생각이 나더라.


나는 겨울방학이면 등록금 버느라 알바를 두 개씩 했다.


오전 알바가 끝나고 오후 알바로 가는 이동 시간에 끼니를 해결해야 했는데 내게 허락된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여유도, 돈도 없었다.


되도록 밥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 알바를 선호했지만 급하게 구해야 하는 단기 알바 자리를 가려할 수는 없었다.


여자 화장실에 앉아 삼각김밥을 말 그대로 욱여넣는 일이 잦았다.


어떤 날은 급하게 물도 없이 먹다가 목이 막혀 이대로 죽나 싶기도 했다.


변기에 앉아 삼각 김밥을 욱여넣을 때 뭔가 서러움이 밀려들 때가 있다.


무얼 위해 사나.


무얼 위해 돈을 버나.


그런 서글픈 마음이 올라오다가 마지막 남은 삼각 김밥을 한꺼번에 입으로 밀어 넣고는 물을 내리고 서둘러 나왔다.


슬퍼할 시간도 내겐 허락되지 않았다. 그것마저도 내게는 사치였다. 집에 돌아오면 너무 피곤했고 그러다가 아침을 맞았으니까.


그저 머릿속에서는 하나의 생각밖에는 없었다.


등록금 마련.



그렇다면 나는 여유 있게 식사를 하는 지금을 감사해야 하는데 또 그게 잘 안되네.


그게 참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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