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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Jul 06. 2021

머리끈

행복이 별거냐

마스크 줄을 보다가 어릴 때 묶던 머리끈이 생각났다.


디자인이며 모양이 비슷했다.


초등학교 내내 긴 머리를 고수했다.


미용실에 갈 돈은 없었고 머리가 너무 길어지면 가위로 중간을 싹둑 자르는 것이 전부였다(묶은 채로 잘랐다).


그냥 기르다 자르다 하면 되니 특별히 관리는 필요 없었고 편했던 것 같다.


머리를 묶는 방법은 간단했다.


엄마가 초등학교 4학년 때쯤 혼자 머리 묶는 방법을 알려 주셨다(그래, 고학년은 머리 정도는 혼자 묶어야지, 암만).


고개를 뒤로 젖히고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모은 후 긴 머리끈으로 칭칭 감으면 된다고 했다. 나에게 방울 머리끈 같은 사치품은 없었다. 제법 두툼한 긴 머리끈으로 항상 머리를 묶었다. 손의 힘이 센 내가 너무 강하게 감아 피부가 당겨져 눈꼬리가 올라갔다.

동생 말에 의하면 그 당시 내가 친언니가 아니었다면 결코 말도 걸기 힘든 인상이었다고 한다.


저녁에 머리를 풀면 뭔가 몰렸던 피가 일순간 싹 도는 느낌이 들고는 했다.


엄마가 시장에서 긴 머리끈을 사다 주면 6개월가량을 사용했던 것 같다.


중간에 고무줄이 뚝 뚝 끊어져 원래의 형태를 잃어갈 때쯤이 딱 6개월이었다. 머리끈의 탄성이 약해져 고무줄은 늘어날 대로 늘어난다. 늘어나 버린 머리끈을 더 세게 묶고 눈꼬리는 더 올라갔다.


시장에 다녀온 엄마가 새로 머리끈을 사주면 머리 묶는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새로 산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으면 학교 가는 시간도 좋아지고는 했다. 새 고무줄의 탄성이 머리 묶는 내 손에 그대로 느껴졌다.


어쩌다 주어지는 새 물건은 나를 행복하게 하기에 넘치게 충분했다.


지금은 넘치게 고무줄을 산다. 잃어버리면 흔하게 또 사고 고무줄이 조금이라도 늘어지면 가차 없이 버린다.


고무줄 하나에도 그렇게 설레었던 나는 손목에 걸린 흔해져 버린 고무줄을 하찮게 대한다.


그때가 좋았지, 라는 말을 내가 하게 될 줄이야.


엄마가 사다주신 고무줄을 받아 들고는 좋아서 한참을 웃던 내가 그리워진다.


고무줄 하나에도 행복해했던 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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