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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Apr 18. 2022

싸이월드를 기억하며

갑자기 떠오른 이야기


생각하면 창피하지만 지금은 그냥 웃음이 나.


정말 노래 가사처럼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구나.


싸이월드 유행할 때 그런 거 있었어.


만 번째 방문자 그런 거 설정해놓고 그렇게 방문한 사람에게 이벤트도 걸고 이런 걸 했던 기억이 나.


그러다가 중학생 때 좋아했던 남자애를 검색해서 들어갔는데


정말 재수도 없지, 방문자 이벤트에 걸린 거지. 정말 구경만 하다가 나가려고 했는데 ㅎㅎ


어쩔 수 없이 메시지를 남겼지.


정말 이마에 땀이 맺히더라고.


손바닥에도 땀이 나는 기분이었어.


나 기억하는지 모르겠다는 상투적인 말로 시작해서 잘 지냈냐는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말로 겨우 마침표를 찍었어.


그래도 그걸 쓰는 동안 심장은 두근거리고 얼마나 설레었는지 몰라.


그렇게 글 남기고 답글을 어떻게 남겼을지 엄청 기대했는데


그랬는데.



답글이 잊히지 않아.


주저리주저리 상대가 무슨 말 했는지 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첫 문장부터 예사롭지 않더라고.


첫 문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로 도배되어 있었어.


참 싸한 기분이랄까.


선명하게 떠오르는 말,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말.


내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 ㅎㅎㅎㅎㅎ


자기도 기억해보려고 했는데 내가 기억이 정말 나지 않는다고.


고맙게 확인 사살까지 해주었어.


와, 이건 정말 예상하지 못했는데.


내 삶에서는 정말 식스센스 이후의 최고의 반전 같은 일이었어.



나를 기억 못 한다니.


그럼 나는 누구랑 길을 걸었고 또 누구랑 학원에서 과자를 먹은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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