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자매 Jul 14. 2022

누군가 나에게

누군가 나에게 어느 때 엄마의 사랑을 느끼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엄마가 감아놓은 내 복싱 붕대를 볼 때라고 말할 것이다.


붕대를 빨아 널어놓으면 엄마는 내가 운동을 다녀온 사이 붕대를 감아 놓는다.


그럼 나는 딸을 생각하며 붕대를 감는 엄마를 떠올린다.


언젠가 내가 뽀송하게 마른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엄마가 와서는 이거 어떻게 감는 거냐 물으셨다.


이렇게 감으면 찍찍이가 딱 올바른 위치에 마감이 된다 알려드렸는데


이번에는 방향이 어긋났던지 딱 한 개만 마감을 엇갈리게 감아 놓으셨더라고.


엇갈리게 붙은 붕대를 보며 나는 또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엄마의 흔적들이 너무 귀엽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이것들이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다.


엄마가 감아주는 붕대가 좋아서라도 나는 아주 오래도록 복싱을 할 생각이다.


그게 너무 좋아서 오래도록 복싱을 할 테다.






매거진의 이전글 천천히 가면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