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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Jul 03. 2022

천천히 가면 된다

엄마는 내가 배운 돈 안 되는 취미 중에 가장 잘한 일이

재봉이라고 했다.


재봉을 배우니 수선도 종종 해드리고

긴바지, 반바지를 만들어 드리기도 한다.


나의 수고는 생각하지 않으시고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바지 한벌이 나온다며 좋아하신다 ㅎㅎ


재봉을 하면서 느낀 점은

재봉도 내가 사는 인생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두꺼운 옷감을 재봉해야 할 때에는

천천히 가야 잘 박힌다.


혹은 두꺼운 옷감 뒤에 비슷한 두께의 옷감을 대주어야

옷감이 무난하게 박힌다,


옷감의 두께를 생각하지 않고 무모하게 박으면 바늘이 제자리만 박거나

그 자리의 엉성한 바느질을 감내해야 한다.



섬세한 부분을 박을 때에는

천천히 가야 가지런히 박힌다.


빨리 해치우려고 드르륵 재봉을 하면

숙련자가 아닌 이상 균일하게 박혀있지 않아.


그래서 서두르지 말자 조급해하지 말자고 여러 번 다짐한다.


엉성하게 박힌 바느질을 볼 때 아, 좀 잘할 것을

서두르지 말 것을 후회하고는 했다.


재봉 선생님이 내 표정을 보고는

누가 이렇게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서

잘했다고 해주셨는데


누구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좀 실수하면 어떻다고.


누가 내 바느질 솜씨를 타박하거나

중간에 삐뚤어진 바늘땀을 흉보지 않는데

그냥 내 마음이 편하지 않은 거더라고.


매번 잘할 수는 없는데

잘못 박아서 바늘땀을 뜯어내기도 하는 건데

뭘 그리 팍팍하게 구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너무 야박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천천히 가보자고

좀 천천히 가면 어떻고

더디 가면 어때.

또 잘못 가면 좀 어때.


다시 천천히 해보아도 되잖아.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자.


천천히 더디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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