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름도 없는 아이
반월이가 태어났다.
정확히 말하면 결혼 전까지는 이름도 없던 그 아이가 태어났다.
딸만 내리 낳던 증조모는 외할머니가 태어나자 아랫목으로 아이를 밀어버렸다.
막 태어난 아이를 젖 한 번 물리지 않고 밀어냈다는 게 그때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때는 여자 아이 하나 죽어도 이상할 게 없던 때였으니까. 사람의 귀한 목숨이 어찌 그리 하찮을 수 있을까.
엄마 말씀에 따르면 외할머니는 작디 작고 너무 왜소했다고 한다.
엄마 결혼식 사진을 보니 145센티미터의 엄마 보다도 작으셨다.
그 작은 아이는 살아남았고 결국 뒤늦게 집으로 돌아온 엄마의 젖을 먹었다. 곧 죽을 줄 알았던 아이의 젖 빠는 힘에 죽지 않고 살겠다 싶었다 한다.
하루는 잔치집에 간 증조모를 외할머니는 마당까지 나와 오래도록 기다렸다. 밖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렸는데 그 많은 눈을 다 맞으며 어머니를 기다렸다고. 그 후로 외할머니는 백일해를 앓았고 평생을 경련성 기침을 해댔다. 엄마는 그런 외할머니가 돌아가실까 두려워 기침에 좋다는 것을 많이 해드렸다 한다.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눈을 맞고 서 있던 외할머니를 상상했다. 내가 세 살 때 돌아가셨다던 그 외할머니를.
평생 살이라고는 쪄본 적이 없다는 젓가락처럼 말랐다던 외할머니.
그 눈을 다 맞으면 털지도 않고 엄마를 기다렸겠지.
내 새끼, 안 춥냐. 그 소리 그 사랑 한 번 받아보려고.
시린 할머니의 손을 잡고 꼭 안아드리고 싶다. 우리 엄마의 엄마를 많이 안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