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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Jan 11. 2023

엄마가 체했다

엄마가 체했다.


드신 걸 전부 토하고


소화제를 먹고 탄산수도 먹었는데


엄마는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 엄마가 해주던 그대로


등을 두드려주고


엄지와 검지 사이 혈자리를 눌러 주었다.


엄마가 항상 하던 멘트도 그대로 했다.


트림이 나와야 하는데?


한참을 두드리니 그제야 트림을 하셨다..


엄마의 등을 두드리는데 우리 엄마가 이렇게 작았나 싶었다.


145cm에 45kg의 엄마.


어릴 때는 항상 위를 봤던 엄마가 어느 순간부터 내 어깨로 내려와 계셨다.



나는 어릴 때 잘 체했다.


자매 많은 집에 셋째라 먹을 때는 경쟁이었다.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허겁지겁 먹다가 저녁이면 꼭 체했다.


나만 체했다(이러니 나를 욕심쟁이라고 불렀지).


엄마, 나 체했어.


그럼 엄마는 주섬주섬 돈을 꺼내 사이다를  사 오라고 하셨다.


사이다를 사서 오면 엄마는 이제 서랍을 열어 바늘꾸러미를 꺼낸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따고 시커먼 피를 쭉쭉 짰다.


바늘이라면 주사 바늘이든 뭐든 질색이지만 체할 때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스스로 아프다고 실토를 해야 잠을 잘 수 있었으니까.


사이다를 마시고 나면 엄마가 한참을 등을 두드려 주셨고


나는 끄억, 하고 트림을 했다.


그 트림 소리가 나와야 등 두드리기를 멈추셨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대사


불 꺼라, 자자.



엄마가 아프니까 속상하다.


엄마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잔소리 많은 엄마가


짜증 잘 내는 엄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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