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겨울바람이 머무는 곳

by 윤자매

윤이는 엄마랑 살아요.


아빠는 아주 옛날에 잠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빠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어요.


윤이는 겨울이 싫어요.


엄마랑 꼭 안고 자는 건 좋지만


엄마가 윤이를 꽉 안고 잘 때에는 숨이 좀 막혀요.


아무래도 그런 날은 엄마도 윤이처럼 밤이 조금 무서운 것 같아요.


겨울에는 그렇게 꼭 안고 자도 추워요.



윤이는 겨울이 오지 않기를 기도했어요.


너무 추워서 손발이 시리니 겨울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날도 엄마와 꼭 안고 자고 있었어요.


엄마는 잠이 들었고 윤이는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에 잠이 깨었어요.


혼자만 잠이 깨어 무서웠어요.


창문이 덜컹거리고 현관문이 몹시 흔들렸어요.


무서움에 눈물이 찔끔 나려고 했어요.


그때였어요.


“윤이야, 나야.”


“누구야?”


“나는 네가 싫어하는 겨울바람이야.”


“겨울바람? “


“응,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찾아왔어. 문 좀 잠깐 열어줄래?”


“싫어. 난 네가 싫어. 너 때문에 춥단 말이야.”


“너를 춥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 나는 겨울바람으로 태어났어. 무엇으로 태어나는지는 내가 선택할 수 없잖아. “


“그렇지만.”


“내가 너무 추워서 그런데 문 잠깐만 열어주면 안 될까? 살짝 몸만 녹이고 얼른 나갈게. 아무도 모를 거야.”


“하지만 엄마가 깰 거야.”


“아냐, 정말 금방 녹이고 나갈게. 엄마도 눈치채지 못하실 거야.”


”그럼 몸만 녹이고 나가는 거야, 꼭이야. “


“응, 꼭 약속할게. “


윤이는 조심스럽게 엄마 품을 나와 문 손잡이를 잡았어요.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답니다.


그러자 문이 벌컥 열렸어요.


윤이가 너무 놀라 다급하게 문 손잡이를 잡으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열린 문을 닫을 수가 없었어요.


휘이이잉-


겨울바람이 서둘러 방을 한 바퀴 돌더니 다시 문 밖으로 나가며 쿵, 하고 문을 닫았어요!


윤이는 엄마가 잠이 깰까 조마조마했지만 엄마는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어요.


겨울바람 말이 맞았어요.



곧이어 문 밖에서 겨울바람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윤이야, 고마워. 덕분에 몸을 녹일 수 있었어.”


“정말 다행이다.”


윤이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이제는 겨울바람이 싫지 않았어요.


겨울바람은 잘못이 없으니까요.


윤이는 다짐했어요.


바람도 추우니까 잠깐만 문을 열어두려고 해요.


겨울바람이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쉬어갈 수 있도록 살짝만 열어둘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91 가필드, 반가워